[요즘군대] '육군, We 육군' 군가·'The 육군' 표어에 웬 영어?

무분별한 영어 사용 지적…"국어기본법 위반"
'아미타이거'·'AI드론봇'…홍보용 군가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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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지난달 22일 새 군가 '육군, 위(We) 육군'을 공개했다. (육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최근 육군이 새롭게 선보인 군가와 표어가 과도한 영어 차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새 군가의 경우 '사기 고양'보단 육군 사업 홍보에 주안점을 뒀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육군은 지난달 22일 새 군가 '육군, 위(We) 육군'을 공개했다. 육군은 '중독성 주의'라는 문구까지 곁들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육군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속 새 군가 영상엔 11일 오전 9시 기준 '싫어요'라는 반응은 약 1만4000건에 달했지만, '좋아요'는 808건에 불과했다. 다른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육군의 새 군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은 가사다. 가사 중 영어가 약 27%를 차지하고, 그 내용마저도 홍보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육군의 새 군가엔 '고 워리어(Go warrior)'·'고 빅토리(Go victory)' 등 26개 마디 중 7군데에 영어가 들어가 있다. 이와 달리 해군가·공군가·해병대가에선 영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일부 한글 단체선 "육군 군가는 공공기관의 공문서이므로 국어기본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국어기본법 위반 등을 이유로 이날 육군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행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어 발전에 적극 힘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2조)'해야 하고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한글로 작성(14조)'해야 한다.

육군은 지난달 22일 새 군가 '육군, 위(We) 육군'을 공개했다. (육군 제공) ⓒ 뉴스1

여기에 후렴 가사 중 '에이아이(AI·인공지능) 드론봇'·'워리어플랫폼'은 홍보성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은 현재 첨단 개인전투체계인 '워리어플랫폼'과 무인전투장비 활용을 목표로 한 '드론봇 전투체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사 중 '아미 타이거(Army Tiger)'의 '타이거(TIGER)'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화'라는 뜻의 영어 머리글자를 땄다고 육군은 전했다. 해당 목표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던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된다.

누리꾼들은 "드론봇, 높으신 분이 가사에 넣으라해서 꾸역꾸역 넣은 거 너무 티 난다"거나 "육군 홍보 때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행군할 때 부르기엔 좀 별로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군가란 전투시 군의 사기를 높이고, 투철한 군인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노래인데 반해 이번에 육군이 내놓은 군가엔 적과 싸워 물리치겠다는 투쟁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에 육군 관계자는 "가사 내용 중 외국어는 영어가 아닌 한글로 표기해 국어기본법을 준수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군가의 악보엔 아미타이거와 에이아이 등의 영단어가 한글로 표기돼 있다.

이 관계자는 또 홍보성이 짙다는 비판에 대해선 "지금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육군 비전 2030'의 구현의지를 표현한 가사"라며 "육군 전 구성원의 의지를 결집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육군이 새롭게 내세운 표어 'The 강한·좋은 육군'. (육군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육군이 새 군가 공개와 같은 날 선포한 표어 'The 강한·좋은 육군'도 국어기본법 위반을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육군 표어 배포를 중단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표어의) 의미와 의도는 좋으나 대한민국 공용 문자가 아닌 영어 알파벳을 앞세워 한글의 품격을 짓밟고 있다"면서 "이는 국어기본법 위반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또 "육군은 이 표어를 배포한 이유를 육군이 국민에게 존중과 신뢰를 쌓는 게 목표라고 했다"며 "이런 비주체적인 불소통 표기의 표어는 그런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육군은 해당 표어를 두고 '유일한'이라는 뜻의 영어 '더(The)'와 우리말 '더'의 중의적 의미를 더했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표어 문구 전체를 한글로 수정해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carro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