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내부적 자신감 결여가 극렬한 적대감으로 표출"(종합)

출판기념회 "北, 전화선 가위로 자른 것 아냐…다시 이어질 것"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나혜윤 이기림 기자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0일 북한이 남북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의도에 대해 "북한 내부의 자신감 결여가 극렬한 적대감 표출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자신의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북한과 마주한 40년'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4·27 판문점선언, 9·19 남북군사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이 대북전단(삐라) 사건으로 터진 것도 있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내부의 자신감이 결여된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5개월 동안 많은 대북 제재가 있었음에도 북한이 난데없이 전단 살포를 (이유로) 통신선을 끊고 노동신문을 통해 '적대감으로 뭉쳐 정면돌파하자'고 한다. (이는) 어려움을 (이처럼 뭉쳐) 돌파하자고 할 정도로 북한 내부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측이) 삐라를 막지 않는다고 해서 적대감으로 뭉쳐 '정면돌파'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남쪽이 잘해주려고 하는데 대한 (체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이 위기를 돌파할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내부 결속을 위해 북한) 밖의 '적'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위해 통일부 장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북미와 남북의 선순환을 이야기 않고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그쪽에 있다고 감지하면 외교부가 하겠나. 통일 장관이 치고 나가야 한다"며 "문 대통령도 통일부에서 일을 저질러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1998년 금강산 관광 운영과 2000년 개성공단 운영 직전에도 미국의 반대 기류가 있었지만 수차례 설득하거나 독자적인 결정을 통해 진전시킬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갖은 이유로 못하게 하는 것도 외교 장관이 (설득)하지 말고 통일 장관이 직접 가면 된다. 북한의 사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안정 관리하기 위해선 이 길 밖에 없다고 (설득해야 한다)"며 "의지만 있어선 안된다. 일을 치고 나가는 용기를 가져야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여건이 주어지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이 하는 소리"라며 "(장관은) 국무위원 아닌가. 국무위원은 (길을) 뚫고 나가야 한다. 미국이 하랄 때를 기다리면 백년이 가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부의장은 대남대외 문제가 사실상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로 넘어간 것 같다고 전망하며 '당 중앙' 호칭을 쓰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을 판단 근거로 내세웠다.

'당 중앙'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공식 후계자로 지정할 때 붙였던 명칭이다.

정 부의장은 "최근 김 제1부부장을 '당 중앙'으로 부르라고 했다는 지시가 들릴 정도인데, (사실일 경우) 김여정이 만일의 경우 일이 생기면 최고존엄의 자리로 올 수 있는 후계자로 내정된 것 아닌가"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부의장은 향후 남북간 연락 재개와 관련해선 "결국 다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직통전화가 연결되고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 악화로 북쪽에서 연락 안 받다가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 통보 및 특사 파견을 알렸다"며 "(앞서서도) 전화만 안 받았지 사실 살아있던 선을 통해 통보해왔고, 이번에도 전화선을 가위로 자른게 아니라 코드만 뽑아놓은 것으로, 필요하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및 국제 정세가 바뀌어서 남쪽과 대화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 (연락수단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으로, 다만 언제까지 (이 상황이) 갈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판문점의 협상가'는 지난 40여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정세현 수석부의장의 어린 시절부터 여전히 남북 문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다루며 분단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책이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