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美도청 항의도 못하는 외교부 '맹비난'
여야 "사실상 도청으로 봐야.. 대한민국 외교부 맞나"
윤병세 장관 "구체적 도청 정황 나오면 대응할 것"
- 조영빈 기자,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서재준 기자 = 31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2차 국정감사에선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우리 대통령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한 미온적인 외교대응을 질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증인으로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구체적인 도청 정황이 나오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우리 대통령에 대한 도청이 사실상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외교당국이 '굴욕외교'를 보였다는 비난이 거셌다.
여야 의원들은 일단 미 NSA의 우리 대통령에 대한 도청 여부가 기정 사실화된 것이 아니냐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미측의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 미측이 '이러한 정보활동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낸 것은 사실상 도청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며 이번 대통령에 대한 도·감청 의혹 역시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윤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아직 미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내용을 보면서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설명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정황상 미측의 도청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강력히 대응하지 못한 외교부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항의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며 "이처럼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응하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당당하지 못하고 미온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다른 나라들은 대사를 불러서 항의하는 데 우리는 그렇지도 못했다"며 "이 정도면 외교적 치욕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도청당하고 대사관이 도청당했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여기에 앉아 계신 것 자체가 부끄럽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한길 의원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우리 대통령은 한마디도 안하건데 도청 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면서 "침묵이 대통령의 특기냐"고 비꼬아 지적했다.
윤 장관은 "독일 등은 구체적인 언론보도가 나와 그렇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구체적인 문제가 제기된 것이 아니며 내용이 나오면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확인 요청 자체도 늦었다는 등 의원들의 지적은 상당 시간 이어졌다.
bin198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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