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6자회담 재개 조건 논의 본격화…입장차 여전한 듯

6자회담 재개 각론 돌입
美 우라늄농축 시설 공개 VS. 北 핵실험 모라토리엄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출처는 펑황위성TV © 뉴스1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한 ·미 ·중 등 6자회담 주요 당사국들의 발걸음이 다시 바빠지는 모습이다.

최근까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조건'을 두고 입장차를 확인한 관련국들이 구체적인 대화 조건을 협의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발은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중국이 뗐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미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측 인사들을 만났다.

우 대표는 이날 회담 후 가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일 미국측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아직 어떠한 결과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중국 인사 간 만남이 대체로 하루 일정의 면담성 차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에선 양측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사실상의 협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이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진행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대화에 앞선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의 범위를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한미가 최근 제시한 조건인 '2·29 합의+알파(α)'에서 알파에 해당하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 공개 조건을 미측이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일단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과 북한은 2012년 2월 29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 중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24만톤의 영양식품을 제공한다는 합의를 이뤘다.

즉 이 2·29 합의는 북한 핵 미사일활동의 임시중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합의 후 미국은 3차 북한 핵실험이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따라서 미국이 단순히 2·29 합의 이행만으로 북핵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손해'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얼마 만큼의 우라늄농축 방식을 활용한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플루토늄 재처리 방식보다 은닉과 운반이 용이한데다 핵탄두의 소형·경량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농축우라늄 방식의 핵무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히든 카드'를 먼저 보여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런던과 베를린 등에서 있었던 1.5트랙 대화(관민 합동 대화)를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 입장에선 사실상 대화재개와 동시에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지만, 이는 이미 2·29 합의에 명시됐던 내용이다.

2·29 합의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한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북한도 나름대로 대화를 재개하고자 하는 조건은 제시했지만, 여전히 수용키 어려운 것"이라고 말해 최근 양측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미중 양측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각론' 논의에는 돌입했지만, 회담 재개를 전후한 조건의 접점을 찾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내주께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이번 미중 간 협의 내용을 전해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