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사, 외교부 '정실인사' 비판

류광철 짐바브웨 대사, 저서 통해 '강대국 따라하기' 등 쓴소리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류광철 주짐바브웨 한국 대사는 최근 '30년 외교현장 에세이, 외교를 생각한다'에서 외교부 '정실 인사'의 폐해와 평가제도 등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류 대사는 특히 일부 인사들이 인맥과 학연 등을 통해 이른바 '선진국'등 주요 재외 공관의 요직을 독식하는 굴절된 문화가 외교부내에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서에서 "나는 아제르바이잔 초대 대사로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므로 다음 인사때는 선진국 대사로 발령이 날 줄 알았다"며 "그러나 결과는 짐바브웨로 가는 것이었다"고 이같은 문화의 피해자로 자신을 꼽았다.

류 대사는 아제르바이잔 초대 대사를 지낸 뒤 지난 2011년부터 짐바브웨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 유능한 사람도 용기를 잃고 조직에서 뒤처진 사람으로 전락한다"며 "이것이 외교부가 똑똑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2번 연속 최하점을 받은 공관장의 조기 소환을 골자로 하는 '공관장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류 대사는 "외교는 비즈니스와 달라 실적을 숫자로 평가하기 힘들다"면서 "또 선진국과 후진국의 공관 여건도 달라 선진국 공관에서 근무하면 더 좋은 평가를 쉽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외교부의 '슈퍼파워(강대국) 따라하기'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류 대사는 "우리 나라는 강대국이 하는 것 처럼 전세계 모든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외교관이 다니지 않는 국가가 없다"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덩치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석하는 국제회의와 행사가 늘어나다 보니 직원들은 툭하면 차출당하고 결국 본부와 공관은 만성적인 직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창의적 외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seojib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