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신고 넓히며 피해보상 이의신청…국회 본회의 통과

"잠복결핵 있다고 차별 안돼"…결핵예방법도 통과

21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우리아이들병원에서 생후 9개월 아기가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6.9.21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는 국가가 지원하지 않아 개인이 자비로 맞은 비급여 예방접종까지 개인 이력으로 통합 관리되며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신고 범위도 넓어진다. 잠복결핵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거부하는 행위도 법으로 막는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예방접종관리법'과 제정안과 잠복결핵감염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내용의 '결핵예방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생애주기 예방접종 기반 마련…안전관리 체계 정비

그동안 예방접종은 독자적 법률 없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운영됐다. 이번 제정으로 예방접종 도입부터 실시, 효과평가, 안전관리와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할 별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날부터 시행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접종 이력 관리다. 모든 예방접종은 접종 전 이력을 확인하고 접종 후 기록을 등록하는 게 의무화된다. 국가예방접종뿐 아니라 비급여 예방접종까지 통합 관리해 국민이 자신의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국가예방접종을 중심으로 접종 이력이 관리돼 자비로 받은 비급여 예방접종은 이력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접종 정보를 통합 관리해 오접종이나 중복접종을 예방하고 정확한 접종률 파악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안전관리도 강화된다. 예방접종약품의 품질 이상을 발견하거나 의심할 경우 보건소장이나 위탁의료기관의 장이 질병청에 보고·신고하도록 하고, 질병청장은 필요하면 접종 중단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접종 후 이상사례 신고 체계도 달라진다.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는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개념을 도입해 신고 대상을 확대한다. 진료 단계에서 이상사례와 접종 간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안전성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려는 취지다.

피해보상 신청자의 권리도 확대된다. 국가예방접종과 임시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보상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법률에 명시된다. 피해보상 신청인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를 법에 명확히 둔 것이다.

접종 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할 체계도 마련된다. 질병청장은 5년마다 예방접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연계한 지역계획을 세우게 된다. 질병 및 접종률 감시, 면역도 조사, 백신 효과평가 등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접종 정책의 도입·변경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백신 수급 관리에도 법적 근거가 생긴다. 질병청장은 백신의 효과와 질병 부담 등을 종합해 예방접종약품을 지정하고 구매·비축할 수 있다. 생산·수입 계획과 실적을 보고받고 개발 중인 백신의 구매 특례도 마련한다.

잠복결핵감염자에 대한 불이익·편견 해소 기반 마련

이날 결핵예방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업주·고용주는 근로자가 잠복결핵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기존 비전염성결핵환자에서 보호 대상을 잠복결핵감염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질병청은 잠복결핵감염이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증상과 전염성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잠복결핵감염을 이유로 일상생활이나 업무를 제한하거나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은 잠복결핵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낙인을 줄이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질병청은 그동안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대국민 안내와 홍보를 이어온 데 이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예방적 관리도 강화한다. 질병청은 내년부터 아동복지시설 중 생활시설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일부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신청 방법은 사업 시행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임승관 청장은 "예방접종의 도입부터 실시, 효과평가, 안전관리와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민이 생애주기 전반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잠복결핵감염에 대해서는 "결핵이 발병한 상태가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는다"면서 "오해와 불필요한 낙인을 줄이고 취업 기회를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