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몽골·말라위 누비며 30년 의료봉사 바친 부부에 '아산상'
치과의사 강지헌·주수경 부부, 의료인·여성·아동 자립 이끌어
경계선지능·자폐 청소년 등 도운 김현수 이사장에 사회봉사상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평생에 가까운 30년을 지구촌 소외된 이웃에게 바친 부부가 제38회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몽골과 말라위까지 봉사를 이어온 치과의사 강지헌 씨(66)와 주수경 씨(66) 부부다. 도움을 받던 사람이 스스로 이웃을 돕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29일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따르면 치과의사 강 씨는 1994년 우크라이나 단기 의료봉사 참여를 계기로 해외봉사를 결심했다. 1996년부터 현지에 거주하며 의료취약지역과 고려인마을에서 이동진료를 했고 2001년에는 몽골로 옮겨 에바다치과를 열고 현지 치과의사 교육에도 힘썼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제자들이 진료와 병원 운영을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자 2014년 병원을 이들에게 맡겼다. 현재 에바다치과는 원장 2명과 직원 21명이 일하고 자체 건물까지 갖췄다. 강 씨에게 배운 치과 의료진은 몇 년 뒤 말라위 의료봉사에도 참여하는 등 나눔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의료환경이 더 열악한 말라위로 옮긴 강 씨는 2017년 에파타치과클리닉을 열고 주민들을 진료하는 한편 현지 치과 의료인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클리닉 내에는 교육·실습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익힐 수 있게 했다.
강 씨는 2019년부터 말라위 잘레카 난민캠프를 정기적으로 찾아 난민과 인근 주민들을 치료하고 있다. 또 외부 후원을 받아 에파타치과클리닉에 치과용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을 도입했고, 기존에 사용하던 CT는 국립병원에 기증해 더 많은 주민이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 신학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내 주 씨도 해외 봉사에 나섰다. 몽골과 말라위에서 어머니학교를 운영하며 여성의 정서적 자립, 가족관계 개선 등을 도왔다. 현지 여성 리더를 양성하며 말라위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치소모 아동지원센터'를 설립해 방과후학습과 돌봄을 지원했다.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학비와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여성들에게는 재봉 기술을 가르쳐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현지 교회와 주민들이 직접 센터를 꾸려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의료봉사상에는 32년간 국내 중증장애인과 뇌전증 환자를 돌보는 한편 필리핀·네팔 의료취약지역에서 봉사한 박철성 박가정의학과의원 원장(65)이 선정됐다. 박 원장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 후유증 치료 경험을 계기로 필리핀에 진료소를 세우고 네팔 오지 100여 곳에서 진료를 펼쳤다.
박 원장은 네팔 티카푸르병원에서 의료사업 책임자로 활동하며 의료진을 늘리고 진료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보탰다. 의사 2명에 불과했던 병원은 현재 20여 명의 의사가 근무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사회봉사상은 34년간 위기청소년·정신장애인·노숙인·세월호 유가족 등의 회복을 지원하며 경계선 지능·자폐 등으로 공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일·사회참여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한 김현수 사단법인 별의 친구들 이사장(60)에게 돌아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 이사장은 2002년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세워 공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각자의 속도에 따라 치료·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카페·쿠키·출판 등 직업훈련과 사회참여를 돕고, 경계선지능인의 교육·고용 지원 확대에도 힘썼다.
아산상 수상자에게 3억 원,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에 각각 2억 원 등 총 10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또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3개 수상자 15명에게도 각각 2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등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1989년 아산상을 제정했다. 제38회 시상식은 오는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이뤄진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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