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냉장고 13도 치솟았는데…질병대응센터 13일 뒤 '늑장점검'

국제공인예방접종기관서 26시간 온도 이탈…보고도 메신저로
허종식 "사고 대응 절차 구체적 마련하고 점검 강화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에서 백신 보관 냉장고의 온도가 26시간 동안 기준을 벗어났지만, 관리·감독을 맡은 수도권질병대응센터가 사고를 접수하고도 13일이 지나서야 현장점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본청에 대한 첫 보고도 공식 문서가 아닌 내부 메신저로 이뤄졌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수도권질병대응센터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청은 이 같은 대응 부실을 확인하고 수도권질병대응센터에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 결과 수도권의 한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에서는 지난 2024년 12월 31일부터 이튿날까지 약 26시간 동안 백신 보관 냉장고의 온도가 기준치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냉장고 온도는 최고 13도까지 상승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월 3일 오후 5시 수도권질병대응센터에 사고 사실을 유선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수도권질병대응센터는 주말이 지난 1월 6일에야 질병청 검역정책과 담당자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다. 이마저도 공식 사고보고서가 아닌 내부 메신저 쪽지를 통한 유선 보고 방식이었다.

센터의 현장점검은 사고를 접수한 지 13일이 지난 1월 16일에야 이뤄졌다. 현장점검 결과 역시 다시 일주일이 흐른 1월 23일 메모 보고 형태로 검역정책과에 전달됐다.

국가예방접종사업관리지침은 백신 보관 중 사고가 발생하면 접종기관이 사고보고서를 즉시 제출하고 온도 이탈 백신을 대체 장비에 별도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소는 사고 발생 시점과 보관 온도 및 자동온도기록지 등을 확인해야 하며 질병청은 백신의 사용 가능 여부와 재분배 등 후속 조치를 판단한다.

감사에서는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에 적용되는 검역법과 운영 가이드에 백신 보관 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과 행정조치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다만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국가예방접종사업관리지침을 참고해 사고 접수 즉시 본청에 보고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게 감사 판단이다.

백신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로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과 효능이 저하될 수 있다. 감사보고서는 보관 사고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관련 기관의 경각심 제고와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질병대응센터는 관련 대응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검역정책과에 개선방안을 제출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질병청은 수도권질병대응센터에 백신 보관 사고 발생 시 본청 보고와 현장점검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검역정책과에는 사고 대응 절차를 구체화해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 운영 가이드에 반영하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허 의원은 "백신은 보관 온도에 따라 품질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고 발생 즉시 보고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명확한 대응 규정이 없었다고 해도 사고 접수 13일 뒤에야 현장점검에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청은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의 백신 보관 사고 대응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지정기관과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에 대한 교육·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