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확대…우울증·ADHD도 앱으로 고친다

식약처, 우울·공황·ADHD 등 6개 질환 임상 가이드라인 개정
경도인지장애 지침도 첫 마련…정신질환 넘어 인지기능까지 확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6)에서 한 참가자가 브레인 아이즈 뇌 치료기를 경험하는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불면증을 중심으로 시작된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영역이 우울장애와 공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부가 질환별 임상시험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질환을 치료하는 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울장애·공황장애·ADHD·섭식장애·알코올 사용장애·니코틴 사용장애 등 6개 질환에 대한 '디지털치료기기의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아울러 경도인지장애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질환별 디지털치료기기의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필요한 시험 대상과 유효성·안전성 평가방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발업체가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효과를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약품 대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관리하거나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의료기기로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허가·심사를 거쳐야 한다. 단순히 걸음 수를 측정하거나 운동을 권하는 일반 건강관리 앱과는 차이가 있다.

그동안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은 불면증 분야가 주도해 왔다. 불면증은 약을 먹지 않고도 수면 습관과 잘못된 생각·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활용되는 만큼 소프트웨어를 통한 치료를 적용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영역이 다른 정신질환으로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우울장애와 공황장애를 비롯해 집중력과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ADHD, 잘못된 식습관이나 섭식 행동을 교정해야 하는 섭식장애 등이 주요 개발 대상으로 손꼽힌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도 새로운 개발 분야 중 하나다.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환자의 음주·흡연 습관을 꾸준히 확인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돕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을 통해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도 새롭게 마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도인지장애는 같은 연령대보다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이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로, 치매와 정상 노화의 중간 단계로 여겨진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인해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영역이 우울장애와 중독 등 정신질환에서 기억력·인지기능 저하를 다루는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디지털 의료기기 '관리 체계'도 구체화…치료 영역 확대 기대감

정부는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관리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식약처는 올해 '제1차 의료기기·디지털의료제품 안전관리 종합계획(2026~2028년)'에 따른 첫 시행계획을 마련했고, 지난 7월에는 디지털의료제품의 허가·인증·신고와 심사·평가 등에 관한 규정도 개정했다.

건강관리용 소프트웨어와 치료 목적의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기준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월 심박수나 산소포화도, 체성분, 걸음 수 등을 측정·분석해 건강 유지와 향상을 돕는 제품 가운데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을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로 분류하는 기준을 내놨다.

업계 안팎에서는 질환별 임상시험 기준이 구체화할수록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개발 초기부터 임상 대상과 평가 지표 등을 고려해 시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곧바로 실제 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치료기기도 다른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제품별 임상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다양한 질환에서 소프트웨어 치료가 실제 환자의 증상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 입증하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면증에서 출발한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이 우울장애와 공황장애, ADHD, 중독을 넘어 인지기능 분야까지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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