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혈관 멀쩡해도 심장병 위험…작은 혈관 보는 새 지표 나왔다

이주명 삼성서울병원 교수팀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 분석
예비력 낮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높아…간결한 평가 기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인 '관상동맥 미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를 새로운 지표로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지표가 낮은 환자는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났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인 '관상동맥 미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를 새로운 지표로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지표가 낮은 환자는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주명 순환기내과 교수가 홍영준·이승헌·안준호 전남대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과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을 활용해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평가한 다기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에 최근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CMD)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필요한 만큼 혈류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큰 관상동맥에 뚜렷한 협착이 없더라도 미세혈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흉통이나 심근허혈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관상동맥조영술로는 이런 작은 혈관의 문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에는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CFR)이나 미세혈관 저항 지수(IMR) 등의 지표를 이용해 미세혈관 기능을 평가해 왔다.

최근에는 이보다 미세혈관 자체의 기능을 더욱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MRR이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MRR은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할 때 미세혈관이 혈관의 저항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쉽게 말해 혈류가 많이 필요할 때 작은 혈관이 얼마나 잘 확장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MRR 수치가 낮을수록 미세혈관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2022년 4월~2024년 11월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허혈 심장질환이 의심돼 관상동맥조영술 등을 받은 1003명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MRR이 2.5 이하인 경우를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정의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33.3%(334명)에서 확인됐다. 이후 환자들을 약 1.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1.94배 높았다.

주요 심혈관 사건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 △치료 목적의 재시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합한 복합지표로 평가했다. 2년간 주요 심혈관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도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은 18.2%로, 정상군(8.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통해 MRR이 단순히 미세혈관 기능이 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는 데도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주명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왼쪽부터)와 홍영준·이승헌·안준호 전남대병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제공)

이승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해 평가해 온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보다 간결하게 평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새로운 평가 지표가 실제 환자의 예후와도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명 교수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관상동맥조영술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가 흉통을 호소하더라도 원인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번 연구가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새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