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전문의 '탈출' 가속…비급여 많은 진료과로 몰려
"827명 중 정형외과 등 비필수 6개과로 옮긴 전문의 53%"
한지아 "소신껏, 안정적으로 진료 이어갈 환경 만들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비급여 진료가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이탈을 부를뿐더러 수익이 나는 진료과로 의사들을 빨아들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본인 전문과목을 떠난 개원가의 필수과 전문의 중 절반 이상은 비급여 진료가 많으며 보상 수준이 높은 6개 비필수 진료과에서 근무 중이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의원급 전문과목 및 표시과목 현황'에 따르면 본인의 전문과목을 떠난 필수의료 전문의 827명 중 193명(23.3%)이 표시과목이 정형외과인 의원에서 일했다.
전문과목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분야를, 표시과목은 의료기관이 간판에 내건 진료 분야다. 이번 분석은 동네 의원에서 일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신경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필수의료 8개과 전문의 가운데 진료과목을 표시한 의원 근무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8개과 전문의가 이동한 진료과 상위 10곳 중 정형외과, 이비인후과(6.5%), 영상의학과(6.1%), 마취통증의학과(5.9%), 성형외과(5.4%), 피부과(5.4%) 등 소위 '비필수과' 6곳으로 옮긴 전문의가 전체의 약 53%에 달했다.
내과(18.4%)와 산부인과(9.3%) 등 필수과로 이동한 경우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본업과 무관한 비필수과 진료를 하고 있었다. 결국 수가가 높고 비급여 진료 항목이 상대적으로 많은 진료과는 필수과 전문의를 흡수하는 '블랙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동네 의원에서 기존 전공과 다른 과목을 진료하는 전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과는 영상의학과(21.2%)였고 정형외과(19.3%), 신경외과(18.1%), 진단검사의학과(16.6%), 재활의학과(12.5%), 성형외과(12%) 순이었다.
영상의학과는 협진이 필요해 다른 과 전문의를 영상의학 분야로서 채용하기도 하고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재활의학과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의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 수요가 많은 편이다.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던 의사들은 밤낮없는 근무 강도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를 둘러싼 사법적 부담 때문에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공이 아닌 분야를 진료하고 있는 이들의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지아 의원은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공을 떠나 다른 진료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과도한 소송 부담 없이 해당 분야에서 소신껏, 안정적으로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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