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방치비용 年 23조…"고도비만 70%은 약물치료 경험 없어"
"비만은 사회적 문제"…비만학회 "국가 차원 지원 촉구"
통합적 관리, 건강보험 적용돼야…"건강형평성 위한 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성인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3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비만이 각종 만성질환을 부르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다 생산성 손실로도 이어지는 만큼 약물치료를 포함한 통합적 관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국제학술대회(ICOMES) 첫날인 지난 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특별 정책 세션 '국가비만 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성인 비만의 실태를 살펴보며 정책적 과제 등을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김민선 학회 이사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환영사에서 "비만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며, 200가지 이상의 합병증과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건강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 정책의 부재는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만큼, 학회는 학술적 근거를 축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비만이 질병으로 인정받고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소개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국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비만 정책이 성인 환자들의 고통과 의료적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자신이 대표발의한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돼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서 의원의 안은 비만을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고, 국가 차원의 예방·치료 체계를 법으로 만들자는 취지 아래에 마련됐다. 치료·재정 지원에 대한 내용은 물론 5년 주기의 종합계획 수립, 비만병 예방·관리위원회 설치, 실태조사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소속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 현황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약 35만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BMI(체질량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임상적 비만' 환자군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라는 통념만 공유돼 왔다. 하지만 '임상적 비만' 환자군은 비비만(no obesity)군에 비해 고혈압(3.6배), 대사이상(2.7배), 간질환(26배), 근골격계(2.6배) 등에서 현저히 높은 질병 부담을 보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또 과체중 및 비만 환자를 포함한 국내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비만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 삶의 질 저하, 업무∙일상 활동 손상, 수면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났다. 체중 감량을 시도한 조사 대상자는 79.9%였으나, 실제 효과를 체감한 대상자는 극소수였다.
특히 BMI가 35 이상인 3단계 비만(고도비만) 환자 10명 중 7명은 비만치료제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었다. 이를 근거로 이청우 교수는 "치료 필요성이 높은 임상적 비만 환자를 위한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회 보험법제위 소속인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 성인 비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정상체중보다 79~17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결근·생산성 저하와 조기 사망에 따른 손실까지 포함하면, 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2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중간 분석 결과로 최종 결과에는 건보공단 청구 데이터에서 확인된 비용이 추가로 포함될 예정이다.
이어 해당 연구는 적극적인 치료 중재가 이루어질 경우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이 7~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 관리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사회적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성인 비만을 방치할 경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활동의 핵심 인구인 청년∙중년 비만 환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중재는 미래의 의료비 부담과 생산성 손실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제언했다.
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소속의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성인 비만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은 약물 치료를 포함한 다학제 비만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준혁 교수는 "비만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중대한 국가적 보건 과제임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만이 '법정 비급여 대상'으로서 지원보다 규제 중심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 사용과 건강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합 진료 경로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건강보험 지원 방안을 포함한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비만 법의 제정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학회 보험법제위에 참여 중인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남가은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성인 비만 환자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이어갔다.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이사장은 "비만 치료는 체중 감량과 함께 여러 건강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체중계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체중 변화와 건강 개선을 반영한 급여 기준 및 치료 성과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단법인 청년재단의 이도경 사무총장은 "19~29세 비만율은 33.5%, 30~39세는 37.9%로 청년과 젊은 성인층에서도 비만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원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혜원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사무관은 이날 발표된 성인 비만의 질병∙경제적 부담 연구 결과와 정책 제언에 공감한다며, 질병청에서도 보건복지부와 함께 국내 성인 비만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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