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병' 환자, 빈혈 주의

골수 기능 떨어져 비장 비대되는 골수섬유증…고령층 집중
일차성 환자 87%, 빈혈 동반…"어지럼증으로 넘겨선 안돼"

'골수섬유증'은 골수의 섬유화로 인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산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희귀 혈액암이다.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 빈혈 등이 함께 나타난다. 이 중 '빈혈'은 환자 삶의 질은 물론, 예후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치료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매년 9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골수증식종양 인식의 날'이다. 골수증식종양(MPN)은 골수에서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만성 혈액암이다. 피를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질환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골수증식종양인 '골수섬유증'은 골수의 섬유화로 인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산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희귀 혈액암이다.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 빈혈 등이 함께 나타난다. 이 중 '빈혈'은 환자 삶의 질은 물론, 예후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치료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 뚜렷하지 않아 발견 늦어질 수도

골수섬유증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만 명당 4~6명꼴로 발생하며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입원 또는 외래진료를 받은 골수섬유증 환자가 2660명으로 집계됐다. 60대(60~69세) 환자가 가장 많았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질환이 진행되면 증상과 혈구 수치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환자 삶의 질과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상태에 적합하고도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이성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골수섬유증이 진행되면 골수가 혈액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해 비장이나 간과 같은 다른 장기에서도 혈액을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장이 커지는 비장 비대가 나타나 복부 팽만감이나 통증, 식욕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빈혈이 동반되면 심한 피로와 호흡곤란 등을 겪을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이런 증상이 지속되거나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면 혈액내과를 내원해 정확히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치료는 환자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고위험 환자에게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혈액을 만드는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골수섬유증이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환자마다 건강 상태가 달라 실제로 이식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서는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 빈혈 등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발병 과정에서 JAK2 돌연변이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JAK 억제제(아뉴스 키나제 억제제)가 개발됐다. 이는 비장 크기를 줄이며 골수섬유증 관련 전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빈혈 심해지면 반복적으로 수혈…세심한 선택 당부

빈혈은 골수섬유증에서 흔한 증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차 골수섬유증 환자의 87%가 진료 의뢰 시점에 이미 빈혈을 동반하고 있었다고 한다. 빈혈은 단순 어지럼증이나 피로를 유발하는 증상으로만 볼 수 없으며 심한 경우 극심한 피로와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환자의 예후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진단 초기부터 빈혈을 동반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낮게 보고됐으며 나이나 백혈구 수치 증가, 전신 증상 등 다른 요인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을 약 2배 높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교수는 "빈혈은 골수섬유증 치료 과정에서 꾸준히 살펴야 할 중요한 증상"이라며 "기존 JAK 억제제는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빈혈 개선에는 한계가 있거나 치료 과정에서 빈혈이 악화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세심한 선택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빈혈이 심해지면 반복적인 수혈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는 체내 철분을 과잉으로 축적되게 해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잦은 병원 방문과 수혈에 따른 부담으로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어 "빈혈이 심해지면 반복적인 수혈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는 체내 철분을 과잉으로 축적되게 해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잦은 병원 방문과 수혈에 따른 부담으로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JAK1과 JAK2뿐 아니라 ACVR1(액티빈 A 수용체 1형)까지 억제하는 3중 기전을 통해 빈혈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옴짜라'(성분명 모멜로티닙)라는 약이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했다. 올해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빈혈을 동반한 골수섬유증 환자의 치료 선택지도 넓어졌다.

이 교수는 "골수섬유증 치료에서는 비장 비대와 전신 증상을 조절하는 동시에 빈혈과 수혈 부담까지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인식의 날을 계기로 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환자들이 자신에 맞는 치료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