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약배송' 확대 추진…약사 '반발', 플랫폼들 '환영'

정부,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 추진…약사회 "졸속 행정" 비판
플랫폼 업계 "진료만 비대면? 약도 집에서 받을 수 있어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게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약사단체와 플랫폼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오배송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발했지만,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약 배송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날인 20일 비대면진료를 받은 모든 환자가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제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비대면진료가 정식 시행되지만 현행 제도상 약 배송은 도서·벽지 거주자와 장애인 등 약국 방문이 어려운 일부 환자에게만 허용된다. 정부는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환자도 집에서 처방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료·약업계와 플랫폼 업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허용 범위와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제된 의약품의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약이 환자 본인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지, 약사의 복약지도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 모습 ⓒ 뉴스1 김명섭 기자

약사계에선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약 배송 확대를 전제로 한 민관협의체 참여를 전면 거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 배송 대상을 '일부 환자'로 제한한 현행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다.

약사회는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배송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은 이같은 합의를 뒤집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과 비대면진료 지원 체계 등을 먼저 마련하고,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변질이나 오배송 등에 대한 안전성 검증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회가 약 배송 확대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자들이 플랫폼과 제휴한 일부 약국으로 몰리면 비제휴 동네약국은 처방·조제 수요가 줄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이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로 자리잡아 약국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약사가 환자와 직접 만나 복약지도를 하는 기존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약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정부 방침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진료부터 약 수령까지 이어져야 비대면진료가 완결될 수 있다"며 "진료는 집에서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처방받은 약을 받기 위해 다시 약국을 방문하도록 하는 현행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약 배송이 확대되면 거주 지역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의약품을 받을 수 있어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산협은 코로나19 당시 약 배송을 중개한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안전한 배송을 위한 기술·정책적 대안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약 배송 범위는 하위 제도 설계 과정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의약품 안전을 우선하는 약사단체와 환자 편의성을 강조하는 플랫폼 업계의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정부의 민관협의체 논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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