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린이 백신' 줄이자 美 의료계 반발…"소아 예방접종 중요"
트럼프, 접종 권고 17→11개 축소…MMR도 분리 접종 추진
국내 지침 변화 가능성 낮아…"백신 불안감 확산은 경계해야"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린이 백신 접종 권고를 대폭 축소하면서 미국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내 예방접종 정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린 자녀를 둔 일부 부모들의 백신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어린이의 백신 접종 권고를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모든 어린이에게 권고하는 예방접종 대상 질병을 기존 17개에서 11개로 줄이는 게 골자다.
이에 미국 정부가 모든 어린이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대상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 질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수두 등이다.
B형·A형 간염 등 일부 백신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권고하고, 나머지는 의사와 보호자가 아이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접종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접종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백신을 각각 나눠 서로 다른 시기에 맞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 서명 직후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백신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백신 접종 증가가 미국 내 자폐증 증가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의료계와 과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은 수많은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MMR 역시 수십 년 동안 사용되면서 개별 접종보다 위험하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방접종의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94~2023년 태어난 어린이들의 정기 예방접종을 통해 약 5억 800만건의 질병과 3200만건의 입원, 112만 9000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계는 접종을 여러 차례로 나눌 경우 필요한 접종을 마치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점도 우려한다. 그만큼 어린이가 감염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병원 방문 횟수가 많아져 일부 접종을 빠뜨릴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권고 축소로 접종률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예방접종률이 유지되지 않으면 홍역 등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어린이 예방접종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은 △결핵(BCG) △B형간염 △폴리오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MMR △수두 △A형간염 △일본뇌염 △HPV △인플루엔자 등 19종 감염병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국가가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MMR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만 4~6세에 2차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 분리 접종을 추진하더라도 국내 지침이 함께 변경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다만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일부 부모들의 백신 불안감을 키울 가능성은 존재한다. 온라인 등을 통해 '미국도 어린이 백신이 위험해 줄였다'는 식으로 정책 취지가 왜곡될 경우 접종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정희진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은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전파력이 강하거나 치명률이 높은 여러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아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며 "백신 덕분에 과거와 달리 어린이 사망률이 낮게 유지되다 보니 백신 없이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감염병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평화로워 보일 수 있지만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이 5%, 10%씩 늘어나면 영국의 홍역 유행과 같은 문제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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