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비대면진료' 제도화…초진 기준·약 배송 등이 관건

의료계 "대면전환·처방 거절권 보장…플랫폼 처방 유도 막아야"
환자 "같은 의사보다 치료 연속성 중요"…약 수령 방식도 쟁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김헌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올해 12월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가 하위법령 마련에 나섰다.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사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초진 기준과 의약품 처방 및 수령 방식을 정하는 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업계·학계·정부·환자단체 등이 하위법령 설계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초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다. 환자 입장에서 같은 질환을 치료 중이어도 병원이나 의사가 바뀌면 초진으로 분류돼 처방에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초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63.4%였다. 만성·관리질환 환자의 경우 70%까지 높아졌다.

이에 같은 병원이나 의사인지보다 환자가 같은 질환을 계속 치료받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진료·처방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의료진의 판단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핵심은 환자 편의가 아닌 치료연속성 제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는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초진에 일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한약사회 측은 재진 인정 기간을 동일 질환 기준 90일 이내로 두고, 탈모·여드름 치료제와 항생제, 스테로이드, 일부 고위험 약물 등의 비대면 초진 처방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헌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편의 목적의 단발성 처방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진료가 원하는 약을 쉽게 받는 통로가 아닌 치료 연속성을 높이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과제로 꼽힌다. 진료 전 환자들에게 특정 탈모약이나 다이어트약을 선택하게 하거나 비급여 가격 비교를 유도하는 기능, 처방 거절 시 별점이나 악성 리뷰로 의료진을 압박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면 대면진료로 전환하거나 처방을 거절할 수 있는 권한도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약품 위험도 등에 따라 규제 세분화해야"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임여익 기자

의약품 수령 방식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대면으로 진료 및 처방을 받아도 의약품 배송은 섬·벽지 주민과 등록장애인 등 일부 환자에게만 허용된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48.8%가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약국 뺑뺑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제 거부를 경험한 이용자는 35.9%, 약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23.4%에 달했다. 의약품 배송 허용에는 87.5%가 찬성했다.

다만 배송 범위를 넓힐 경우 본인 확인과 처방전 위·변조 방지, 복약지도, 배송 중 온도 관리 등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하위법령은 비대면진료를 일률적으로 넓히거나 제한하기보다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의약품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의원은 "제도를 직접 이용해 온 국민의 실제 경험과 목소리가 세부 기준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전문가와 벤처기업, 정부, 국민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