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합니다" 20년 만에 온 전화…백혈병 환자 살린 방사선사
강성우 씨, 2006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
"누군가에게 도움…망설임 없이 기증 결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학병원의 방사선사가 20년 전 했던 약속을 지키며 한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13일 고려대 구로병원에 따르면 강성우 영상의학과 주임방사선사는 지난 6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자신과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2006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한 지 20년 만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강 방사선사는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고, 관련 검사와 준비 과정을 거쳐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평소에도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온 그에게 생명 나눔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20년 전 마음에 품었던 약속은 오랜 기다림 끝에 실제 나눔으로 이어졌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로,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질환 환자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서는 환자와 기증자의 HLA가 일치해야 하지만, 혈연관계가 없는 타인 간 HLA가 일치할 확률은 매우 낮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통계를 보면 비혈연 간 HLA 일치 확률은 약 2만 분의 1에 불과하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도 타인 간 일치 확률을 수천~수만 명 중 1명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기증희망등록과 실제 기증 참여가 환자에게 새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KMDP)는 2025년 기준 6만 3703명의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를 모집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자가 실제 환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되는 한 번의 기증은 환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치료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 씨는 20년 전에 기증희망등록을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실제로 연락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 씨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헌혈을 하면서도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한 사람의 새로운 삶에 직접 힘을 보탤 수 있게 돼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라며 "20년 전의 작은 선택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대식 고려대 구로병원 세포치료센터 센터장(혈액내과 교수)은 "조혈모세포 이식은 혈액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이지만, 비혈연 관계에서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 센터장은 "한 사람의 기증희망등록이 당장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생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희망등록 이후 기증대상자가 나타나면 2박 3일 정도 입원해 말초혈이나 골수를 통해 기증을 진행한다. 전국 5개 모집기관에서 기증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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