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작년보다 더운데"…온열질환자는 31% 적은 이유는
지난해 6월 평균기온 역대 1위…올해보다 0.7도 높아
"감소 아닌 발생 시점 지연…지금까지 적다고 안심 못 해"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본격적인 더위가 늦게 시작되면서 폭염에 노출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사흘 연속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폭염이 계속되면 누적 환자가 지난해 수준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5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감시가 시작된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221명이다. 이 가운데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1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208명으로 올해보다 987명 많았다. 올해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적다.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명에서 올해 19명으로 1명 감소했다.
올해 폭염의 강도만 보면 이례적이다.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누적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적은 데는 폭염이 시작된 시점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6월부터 7월까지 더위가 일찍 이어졌지만 올해 6월은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덜 더웠다"며 "6월 환자가 적었던 영향으로 현재 누적 환자도 지난해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측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6월 더위의 차이가 확인된다. 지난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22.9도로 역대 가장 높았지만 올해 6월은 22.2도로 0.7도 낮았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도 지난해 2.0일에서 올해 0.6일로 줄었다. 올해 6월 역시 평년보다 더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폭염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자가 하루 최고기온의 세기보다 폭염에 노출된 누적 기간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해에는 7월 중순 집중호우 직후 곧바로 폭염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중부와 남부의 장마가 7월 말에야 끝나 본격적인 폭염 노출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근 환자 발생 추이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온열질환자는 지난 1일 116명, 2일 110명에 이어 3일 186명으로 사흘 연속 100명대를 기록했다. 최근 사흘간 발생한 환자는 412명이며 이 기간 추정 사망자도 4명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3일 발생한 환자는 36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날에는 186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날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누적 환자는 지난해보다 적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폭염에 따른 위험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구간에 들어선 셈이다.
임 교수는 "올해 환자가 감소했다기보다 발생 시점이 뒤로 밀린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감시체계 운영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현재와 같은 폭염이 이어지면 지난해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폭염이 늦게 시작되면서 신체가 더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열순화는 반복적인 고온 노출을 통해 땀 배출과 체온 조절 능력 등이 더위에 적응하는 과정을 뜻한다.
임 교수는 "상대적으로 선선한 장마 기간을 보낸 뒤 갑자기 40도에 가까운 고온에 노출되면 열순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중증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도 현재 환자 수만으로 올해 전체 발생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7월 말까지 하루 100명대 환자가 나오다가 8월 들어 감소했지만 올해는 7월 말부터 하루 1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열흘간 현재와 같은 날씨가 지속되면 누적 환자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어 올해 환자가 최종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폭염 위험에 대한 국민 인식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예방 활동 강화도 환자 발생에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폭염중대경보가 신설된 점도 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질병청 관계자는 "폭염의 위험성과 물·그늘·휴식 수칙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졌고 정부와 지자체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대응이 실제 환자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폭염 기간이 끝난 뒤 기온과 환자 발생 자료를 비교해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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