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3초 만에 심장병 위험도 확인…AI 의료기기, 진료실 진입

세브란스병원서 메디웨일 '닥터눈 CVD' 현장 시연
정부, 6개 AI 의료기기 상용화 본격 지원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진료실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와 의료진이 메디웨일의 망막 기반 AI 솔루션 '닥터눈'을 시연하고 있다. 2026.8.4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카메라 렌즈를 바라봐 주세요. 찍습니다. 찰칵! 검사 끝났습니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진료실. 안저카메라 앞에 앉은 환자가 잠시 시선을 고정하자 '찰칵'하는 셔터음과 함께 검사가 끝났다.

채혈도, CT도 없었다. 촬영이 끝난 지 2~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컴퓨터 화면에는 망막 사진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도'(Low Risk)라는 AI 분석 결과가 표시됐다.

시연을 맡은 김혜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 화면을 보며 위험도를 하나씩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라면 콜레스테롤 약물치료를 적극 권하고, 중간 위험군은 생활 습관 개선과 추적검사를 권한다. 반대로 위험도가 낮으면 불필요한 CT 검사나 약물 처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산진)이 추진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SPRINT)의 제품 시연회가 열렸다. 해당 업체는 메디웨일이다.

메디웨일의 닥터눈 CVD는 망막 이미지를 통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로, 가장 정확한 심혈관 질환 예측 검사로 알려진 심장 CT와 유사한 정확도를 보인다. 망막 내 미세혈관을 분석해 향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한다.

닥터눈은 망막 촬영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심혈관질환과 만성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술이다. 별도의 채혈이나 CT 촬영 없이 비침습 방식으로 질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혈관 변화까지 AI가 픽셀 단위로 분석한다"며 "당뇨 환자는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높은 만큼 조기 선별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에서는 위험도와 함께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 생활 습관 개선 필요성, 콜레스테롤 조절 목표 등을 환자에게 시각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치료 순응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AI 의료기기는 허가 이후 병원에 도입되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건강보험 진입 기반까지 마련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메디웨일의 망막 기반 AI 솔루션 '닥터눈' 시연 장면. 2026.8.4 ⓒ 뉴스1 문대현 기자
정부·기업·의료기관 협력…임상 실증·시장 진입 등 밀착 지원

그동안 국내 AI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도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실제 병원 도입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해외에서는 AI 의료기기의 임상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영상 AI 분야 대표 기업인 루닛(328130)은 미국 FDA 승인과 일본 보험 적용 등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내 의료현장 활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는 이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AI 의료기기의 임상 실증과 실제 사용 데이터(RWD) 확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는 메디웨일을 비롯해 제이엘케이(322510), 휴런, 루닛, 프리베노틱스, 시너지에이아이 등 6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모두 65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향후 2년간 임상 근거를 축적하고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하게 된다.

뇌졸중 AI, 파킨슨병 진단보조 AI, 흉부·유방암 판독 AI, 위암 진단 AI, 부정맥 예측 AI, 심혈관 위험 예측 AI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가 대상이다.

오전 닥터눈 시연 후 열릴 오후 착수보고회에서는 각 컨소시엄이 임상 실증 전략과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한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진료실에서 망막 기반 AI 솔루션 '닥터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8.4 ⓒ 뉴스1 문대현 기자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사업은 AI 디지털 의료기기가 연구실을 넘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혁신기술이 국민 건강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훈 보산진 기획이사도 "정부, 기업,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실질적인 임상 성과를 내야 한다"며 "진흥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 밀착 관리와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혁신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