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이 띄운 임신중지약…하반기 복지위 '뜨거운 감자'

민주당 "불법 유통 막고 제도권 관리"…국민의힘 "입법 없는 허용 위험"
허가부터 임신 주수·의사 재량·건보 적용까지 쟁점 산적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먹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문제가 올해 하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에도 임신중지 의약품을 사용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여당은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태세다. 반면 국민의힘 복지위원들은 안전성과 생명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복지위에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이 지났지만, 후속 입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과 관련해 "정부에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약할 수 있는 임신 주수를) 몇 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하다 보면 임기가 끝날 것"이라며 대체입법 전이라도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대통령 발언 다음 날 "관계부처 논의가 더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입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유통을 차단하고 국가가 안전을 책임지자는 것"이라며 식약처의 품목허가와 공적 관리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완전한 비범죄화 원칙을 바탕으로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는 민주당 소속 남 의원과 이수진·박주민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도 제도권에 편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법안에는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지난 3월 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정부가 관계부처 합의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선에서 심사를 마쳤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조속한 해결을 주문하면서 하반기 법안소위에서는 논의를 더 미루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반대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윤용근 의원은 "법 개정 전에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도박"이라며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과 자궁외임신 배제 응급 대응과 사후 추적관찰이 필요한 의료행위인데 해외 직구 사고 방지를 이유로 검증 없이 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낙태 반대 단체가 참여한 세미나에서 대체입법 없는 행정부 주도의 허가 추진이 법적 혼란과 의료현장의 책임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 10주 이후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과 함께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신 22주 이내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담과 설명 절차 의료인의 수술 거부권 지정 의료기관 제도 등도 법안에 담았다.

쟁점은 세 가지로 꼽힌다. 먼저 법 개정 전 식약처가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할 수 있는지다. 국내 판권을 가진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7월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의 품목허가를 처음 신청한 뒤 자료 보완과 자진취하 등을 거쳐 허가를 재차 추진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식약처는 모자보건법에 처방 대상과 허용 범위가 정해져야 품목허가 심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시민단체는 형법상 낙태죄가 이미 효력을 잃은 만큼 현행법 안에서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임신중지를 허용할 임신 주수도 쟁점이다. 남인순·이수진 의원안 등은 현행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를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고 여성의 건강 상태와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반면 국민의힘과 낙태 반대 단체는 명확한 주수 기준이 없으면 임신 후기까지 임신중지가 허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계에서도 법적 기준 없이 의사 재량에만 맡기면 형사·민사상 책임과 분쟁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처방 의료기관과 응급 대응체계 사후관리 기준 등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지막은 건강보험 적용 여부다. 민주당 발의안 일부는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했지만, 윤 의원 등 국민의힘 일각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임신중지를 지원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약물 가격과 본인부담률 처방·상담 비용을 어디까지 보장할지도 후속 논의 과제로 남아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장기간의 방치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만큼 정부·여당이 입법과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국민의힘과 의료계 일부의 반발도 거세 단기간에 합의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