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치료제 '키 크는 주사' 아냐"…기준에 맞는 사용 중요
5년간 환자 21만여 명, 건보 청구 6215억
사춘기 진행 속도와 골 연령 등으로 판단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성조숙증을 진단받지 않은 일반 아동의 성조숙증 억제 치료제 투여가 적절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 아동에 대한 투여가 최종 성인 키를 유의하게 높여준다는 근거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7일 주사 형태의 성조숙증 억제 치료제(GnRH 유사체)의 효과·안전성과 국내 치료 현황, 보호자와 의료진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시작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됐을 때의 최종 키가 줄어들 수 있다. GnRH 유사체는 현재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아동에게 사춘기 진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준 치료다.
다만 최근에는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아동에서도 키 성장을 기대하며 치료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런 사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국내 사용 실태와 근거 수준을 살펴봤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성조숙증으로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은 환자는 21만 5628명, 건강보험 청구액은 약 6215억 원이었다. 환자 수는 2022~2023년 이후 안정화되거나 소폭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전체의 약 86%는 여아였다. 진료의 약 87%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이뤄졌다.
연구원이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을 검토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아동에게서 GnRH 유사체는 효과와 단기·중기 안전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성조숙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소아청소년에서는 최종 성인키를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성 지표로 평가한 체질량지수(BMI,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는 치료군과 대조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는 반면 초경은 평균 약 1.5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간 결과 차이가 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최근 5년 이내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정보는 '주사 치료 시작 및 종료 시기'(48.1%), '성조숙증 검사 시기'(47.4%), '진단 기준'(42.7%) 순이었다.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하게 된 계기는 2차 성징 발현 지연이 49.2%로 가장 많았고, 비만·과체중(17.2%), 키 성장 기간 연장(14.2%), 키가 작아서(12.6%)가 뒤를 이었다. 치료의 주된 목적으로도 '2차 성징 지연'(58.0%)에 이어 ‘최종 신장 증가’(24.9%)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그러나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59.4%, 성조숙증 치료와 성장호르몬 치료의 차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51.2%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48%가 치료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었으며, 우려 사항은 부작용(62.7%), 정서·심리적 영향(41.4%), 치료 비용 부담(33.6%) 순이었다.
의료진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는 골 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선 경우를 성조숙증의 진단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급여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치료 결정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사춘기 진행 속도와 골연령 차이가 가장 많이 선택됐다.
아울러 61.6%는 성조숙증 진단 이후에도 경과 관찰 등을 이유로 치료를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 대해서는 60.5%가 진단과 치료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GnRH 유사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2차 성징 발현 확인 연령이 여아 8세 미만, 남아 9세 미만으로 강화됐으며 투여 종료 연령은 여아 11세, 남아 12세 이전으로 구체화했다.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오인돼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연구원의 윤지은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성조숙증 치료 자체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가 아니라, 성조숙증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소아청소년에게 키 성장 목적으로 GnRH 유사체를 사용하는 경우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성조숙증으로 정확히 진단된 아동에서는 표준 치료이지만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소아청소년에서의 사용은 현재까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연구 결과는 반드시 적용 대상에 맞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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