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익 "AI만 돈 되는 것 아냐…통합돌봄도 남는 투자"

돌봄과미래 이사장 "의료·재활 일자리부터 주택·의료기기까지 새 시장 창출"
"시행 넉 달째 아직 발동 안 걸려…지자체당 10억 원은 지원해야"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돌봄과 미래 사무실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강승지 기자

"인공지능(AI)만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돌봄도 돈이 됩니다. 통합돌봄에 1조 원을 투자하면 직간접적인 소득 효과가 4.6배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지난 2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돌봄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경제·산업 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와 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일자리를 만들고 주택·의료기기·AI 등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통합돌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꼽힌다. 퇴임 후인 지난 2022년 돌봄과미래를 설립해 통합돌봄의 정책적 기반 마련에 힘써왔다.

통합돌봄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장기간 머무르지 않고 살던 곳에서 의료와 요양·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3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본사업이 시작됐다.

김 이사장이 언급한 4.6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계정행렬 분석 결과다. 2022년 기준 정부와 민간의 돌봄 부문 총지출 44조 7000억 원이 생산활동 부문에서 약 205조 5000억 원의 소득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재활부터 주택·의료기기까지

김 이사장은 통합돌봄의 첫 번째 경제적 효과로 고용 창출을 꼽았다.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방문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의료인과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돌봄 일자리라고 하면 요양보호사만 생각하지만, 방문 의료와 재활 인력의 고용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일자리를 양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과 의료기기 산업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과 장애인이 집에서 생활하려면 문턱을 없애고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기존 주택을 개조해야 한다. 웨어러블 생체신호 측정기기와 낙상 감지 센서·스마트 침대·자율주행 휠체어 등의 시장도 커질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노인복지주택을 100만 채는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주택을 고치는 일은 자영업자와 중소업체의 일감이 된다. 통합돌봄은 주택 정책이면서 건설·중소기업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 제품의 국산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쓸 만한 제품은 일본이나 유럽·미국 제품이고 저가 제품은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며 "국산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통합돌봄으로 생기는 수요가 해외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 돌봄으로 노동시장을 떠난 인력을 경제활동으로 복귀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여성 고용률을 5%P 높이면 약 100만 명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가족이 무급으로 떠맡던 돌봄을 사회화하면 유급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늘고 양극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돌봄과 미래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정부 관심 부족…조용히 말라 죽을 수도"

다만 시행 넉 달째를 맞은 통합돌봄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아직 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라며 "자동차가 굴러가려면 자동차부터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조직과 인력이라는 자동차가 제대로 조립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자체에 조직과 인력이 갖춰지고 담당자가 경험을 쌓아야 주민들이 찾아와 신청하게 된다"며 "현재는 장애인의 이용도 거의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접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치적 관심과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와 달리 대통령이 통합돌봄의 진행 상황을 공개적으로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성과를 따져 묻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의 정치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언론과 국회가 관심을 갖고 논의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통합돌봄이 조용히 말라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예산 지자체당 2억 7000만원…"지자체당 10억원은 지원해야"

올해 통합돌봄 예산은 총 914억 원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가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사용하는 지역특화사업 예산은 620억 원으로 지자체당 평균 약 2억 7000만 원이다.

김 이사장은 "과거 시범사업 지역에는 중앙정부가 10억 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본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자체당 국비를 최소 10억 원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들도 사업이 활성화되면 예산이 금방 바닥난다는 것을 안다"며 "열심히 하자니 돈이 떨어지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자니 비판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재원과 기준·기본 인프라를 마련하고 실제 서비스 운영은 주민과 가까운 기초지자체가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은 많지만 공급자가 부족한 농어촌에는 정부가 기본 돌봄센터와 인력을 직접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해서는 가능성과 함께 격차 확대 위험도 짚었다. 김 이사장은 "돌봄로봇을 살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돌봄 수준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며 "AI가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교육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의 성공 기준은 예산 집행률이나 이용자 수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 돌봄이 1차적인 책임을 지고 가족 돌봄은 2차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건강과 존엄성이 지켜지고 가족의 돌봄 시간과 비용이 그들의 인생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 성공 기준"이라고 말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돌봄과 미래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22 ⓒ 뉴스1 오대일 기자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 프로필

△1952년생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보건학 석사·예방의학 박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 △민주연구원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