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비 깎아 필수의료 지원?…"1차의료 외면","질 관리 우려"

27년 만 검체검사 위수탁 전면 개편…위탁검사관리료 폐지
동네 병·의원 물론 수탁 기관도 곤혹…세부 기준 보완돼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피검사 등 검체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검사의 지출을 줄여 확보된 돈을 지역 필수의료에 투자한다는 정부 발표에 동네 병의원과 검사 수탁기관 모두 우려를 표했다. 보상 방안이 추상적이라, 의료계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품질 제고 유인을 위한 '조건부 보상' 체계가 더욱 명확히 확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난도의 검사는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장 먼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의 위탁검사관리료 폐지한 채 조건부 보상 도입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와 CT·MRI의 비용 대비 수익이 각각 190%, 194%로 과보상됐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110%까지 수가를 낮추기로 했다. 검체검사 분야로 연간 1조 9000억 원, CT·MRI 분야로 연간 7000억 원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검체검사에 드는 비용(검사료)의 110%를 검사를 맡기는 병의원에 지급했다. 병의원은 이 중 10%의 관리료를 제외한 채 100%를 수탁검사기관에 보내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가 운영됐다.

그러나 일부 센터가 병의원과의 계약을 위해 검사료의 50~60% 수준으로 할인해 주거나 계약에 따라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이 시장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경쟁이 검사의 질과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따라서 복지부는 이 제도를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12월부터 혈액·소변 등 진단검사는 평균 150% 이상 보상된 수가를 점차 낮추고 10%의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는 한편, 조정된 검사료 내에서 보상수준을 위탁 35%, 수탁 65%로 구분 지었다.

또 각 보상수준 내 검사의 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본수가'와 함께 질 제고를 유인하기 위한 '조건부 보상' 체계를 도입한다. 기본수가로 검사를 맡기던 위탁기관에는 위탁검사의뢰·관리료를 검사료의 25%, 수탁기관에는 수탁 검사료를 검사료의 45%로 고정했다.

아울러 조건부 보상을 위탁 10%, 수탁 20% 이내로 도입해 질 관리 기전을 마련하되 2년 한시적으로 적용한 뒤 재평가하기로 했다. 병리검사(조직검사 등)의 경우 위탁검사관리료만 폐지해 검사료 내 위탁의뢰관리료 10%, 수탁검사료 80%로 설정했다.

조건부 보상은 재정 범위 내에서 수탁기관의 고난도·취약지 검사, 수탁 검사 과정 개선, 의원급 위탁기관의 임상결과 분석·관리 강화 보상 등을 검토해 검사 접근성과 질 제고, 환자안전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위수탁 보상수준은 2028년 하반기까지 110%로 조정하고 조정된 검사료 내에서 위수탁기관별 비용분석 등을 토대로 보상수준을 추가 조정한다. 이밖에 검체검사료 질가산 기준은 자체검사와 수탁검사 특성에 따라 구분하고, 일률가산이 아닌 가산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의협 "의료계 대혼란"…수탁검사기관들은 '조건부 보상'에 주목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제도 개편 과정에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검사를 의뢰하는 의료기관에는 검사 수가 인하와 더불어 과격한 배분비율 적용으로 급격한 수가하락이 돼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어 "지역 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게 그럴싸해 보이지만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를 과보상 영역으로 단정 짓고 대규모 수가조정을 강행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되는 데 반해 보상 방안은 현실에 전혀 와닿지 않아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개편을 강행하며 지속적으로 의료계를 대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전날(28일) 궐기대회를 열어 현장 혼란은 환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규탄 입장을 내비쳤다.

수탁기관들도 긴장한 모습이다. 검사를 의뢰하는 동네 병의원과 달리 이들은 조건부 보상 20%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조건부 보상이 기관별 최대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면 실제 지급은 평균 20%에 미달할 수 있어, 정부의 재원 집행 의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고난도 검사는 전문의, 숙련 인력, 장비, 정도관리 등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적정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위축될 수 있다. 개편 취지도 수익 조정이 아닌, 검사의 질과 환자 안전 강화에 달린 만큼 실제 검사와 품질 관리에 기여하는 기관에 보상이 집중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탁기관 한 관계자는 "관행을 개선하고 질 중심 보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에 공감하나 현재 발표된 방안만으로는 검사 품질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조건부 보상이 형식적이거나, 충분히 집행되지 않는다면 고난도 검사와 품질관리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수가 조정이 아니라 국가 진단검사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인 만큼, 고난도 검사와 품질관리에 대한 보상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세부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