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면 나이탓? '이 병'부터 의심…올해부터 56세·66세 국가검진

COPD로 年 317만명 숨져, 사회적 손실만 1조 4000억대
발견 중요, 폐기능검사 도입…한국형 진단기준 만든다

"숨 최대한 내쉬세요. 더, 더, 더, 더"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폐기능검사실에서는 숨을 더 내쉬라는 의료진의 주문이 이어졌다. 올해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도입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조기 진단을 도울 국가건강검진의 폐기능검사 현장이었다.(질병관리청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숨 최대한 내쉬세요. 더, 더, 더, 더"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폐기능검사실에서는 숨을 더 내쉬라는 의료진의 주문이 이어졌다. 올해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도입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조기 진단을 도울 국가건강검진의 폐기능검사 현장이었다.

COPD란 흡연 등에 따른 유해 입자나 가스를 흡입했을 때 발생하는 폐의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과 기류의 제한이 특징인 호흡기 질환이다. 폐포가 망가지고 기관지가 좁아져 공기가 나가는 길이 막힌다. 대표적인 증상에는 호흡 곤란, 만성 기침, 가래 등이 있다.

폐와 기관지가 수년에 걸쳐 천천히 망가지는데, 한 번 나빠진 폐를 되돌릴 수는 없어 조기 진단과 악화를 막는 치료가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2억 5100만 명 있고 매해 317만 명이 이 질환으로 숨진다.

굉장히 심각한 병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국내 40대 인구의 유병률이 3.2%에 그치고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오르는데 환자 대다수는 숨 가쁜 현상을 노화로 인식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해 강의하는 유광하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질병관리청 제공)

유광하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인지도가 낮다"면서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세 이상의 COPD 진단율은 2.3%로 환자 1000명 중 병을 인지한 사람이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COPD를 방치함으로써 1조 4000억 원의 국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이 중 간병 비용이 40%에 달한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누군가가 곁에서 돌봐야 한다는 의미다. COPD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 5대 질환 중 하나로 지목된다.

COPD는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남자병'이라고도 불렸다. 2023년과 2024년 성별 사망 원인에서 COPD 등 만성하기도질환이 8위에 올랐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입원하면 3년 뒤에 50%가 사망하고 7년 뒤에 75%가 숨을 거뒀다.

하지만 환자의 12.9%가 흡연과 무관하게 걸렸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와 질병 부담이 늘고 있다. 만성하기도질환 사망률은 1989년 9.1%였지만 2019년 12%로 상승했다.

이진국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내 환자는 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진단도 잘 안되고 동네 의원은 진료를 보려고 하지 않아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며 경증 환자면 동네 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건강검진 체계를 개선해 폐기능검사를 일반검진 항목에 추가했다. 56세와 66세가 되면 검사받을 수 있다. 56세·66세 검진 대상자는 연간 145만 명이며 이 가운데 최소 10%만 확진돼도 매년 약 15만 명의 신규 환자가 나올 전망이다.

김영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장은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방문하던 과거와 달리 국가건강검진 도입으로 무증상·초기의 고위험군이 대규모 발견되는 정책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폐기능검사는 공기 흐름을 보기 위해 이뤄진다. 검사할 때 폐활량이 적으면 기관지 확장제(흡입제) 검사를 다시 진행해 COPD 여부 등을 판단한다. FVC(노력성 폐활량)보다 FEV1(1초간 노력성 호기량)이 70% 미만이면 호흡할 때 바람이 안 빠진다는 의미 아래에 확진 판정을 받는다.

폐기능검사실에서 폐기능검사 과정과 결과 판독에 대해 설명하는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질병관리청 제공)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빨리, 쉽게 숨이 차면 COPD를 의심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호흡기 질환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7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인의 아형별 COPD 진단 기준과 치료 기술 개발 계획을 마련한다. 폐기능검사로 조기 발견한 환자들을 현장에서 분류할 명확한 표준 지침을 만든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따라 총 5가지 아형을 한국인 데이터로 검증하고 최적화된 치료 기준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호흡기 정밀의료 표준을 선도하는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