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 활동 멈춘 낙상…한 번 넘어지면 건강도 무너진다

75세 이상 손상 입원 원인 대부분 차지…골절 넘어 폐렴·뇌출혈 위험
"다친 부위 치료보다 넘어지게 된 원인 찾는 것이 재발 예방 핵심"

허영만 화백.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만화가 허영만 화백(79)이 지난달 낙상 사고로 중환자실에 이송된 뒤 한 달째 입원 치료를 받으며 활동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령층 낙상 위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년층의 낙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신체 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악화를 알리는 중요한 경고 신호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이 저하되는 데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과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으로 어지럼증이 생기기 쉬워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에서도 고령층 낙상 위험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손상 발생 현황 2025'에 따르면 2023년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추락·낙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51.6%로 가장 높았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손상 입원 환자의 72.5%가 낙상 때문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낙상으로 인한 손상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제15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119구급 이송 기준 추락·미끄러짐 비중은 2014년 31.3%에서 2023년 41.0%로 10년 새 9.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비중이 30.1%에서 26.7%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손상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도 2014년 3조5232억원에서 2023년 6조3729억원으로 1.8배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며 "같은 높이에서 넘어지더라도 고령자는 엉덩이뼈나 손목 골절, 척추 손상, 두부 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장기간 침상 생활로 이어져 근력 저하와 폐렴, 욕창 등 합병증 위험을 키운다. 낙상을 경험한 뒤에는 다시 넘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고 신체 기능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고령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머리를 부딪힌 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낙상 후 상처가 크지 않더라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움직임에 제한이 있고 의식 변화가 나타났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머리를 부딪힌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낙상 예방을 위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 안 환경을 안전하게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문턱과 전선 등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야간에는 충분한 조명을 확보하고 정기적인 시력·청력 검사와 약물 점검을 통해 어지럼증 등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 교수는 "낙상은 다친 부위를 치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넘어지게 된 원인을 함께 확인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자주 넘어지는 고령자라면 전문적인 평가와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