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 약물 치료 효과, 치료 전 뇌 MRI로 예측 가능

김재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등 연구

항우울제 치료 반응과 관련된 뇌 기능적 연결성.(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치료 전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울한 생각을 주관하는 뇌 영역이 감각·인지 관여 영역과 치료 전부터 활발하게 연결돼 있을수록 약물 투여 후 우울 증상 감소 폭이 크다는 것이다.

14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원의 김재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은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12~17세 청소년 우울증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s-fMRI)을 촬영해 뇌 기능적 연결성과 항우울제 치료 반응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뇌 발달 시기에 발병하는 청소년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학업 및 사회적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성인기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찾는 게 중요하다.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7~18세 아동·청소년은 5만3070명으로, 2018년 대비 약 75.8%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과 뇌신경 생물학적 기전이 다르고 우울감을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 약물 치료 반응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1차 치료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를 투여했을 때 약물 저항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없어 새로운 생체지표(바이오마커)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성인 우울증 치료 예측 지표로 주목받아 온 뇌의 '기본모드 네트워크(DMN)'에 주목했다. 기본모드 네트워크란 사람이 쉬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네트워크로, 자아 성찰·반추 등 내면으로 향하는 인지 작용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기분과 불안(MAY) 클리닉에 내원한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항우울제만의 순수한 치료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 등 다른 심리치료는 병행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치료 시작 전 약 10분간 휴지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 뇌의 각 영역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를 나타내는 기능적 연결성을 측정했고, 이후 8주간 SSRI 계열 항우울제 '에스시탈로프람'을 투여받았다,

그 결과 소아·청소년 우울 증상 평가 척도(CDRS-R)로 측정한 평균 우울 점수는 치료 전 58.59점에서 8주 후 43.11점으로 평균 15.47점 감소했다. 기본모드 네트워크와 치료 전부터 더 활발하게 연결돼 있을수록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가 부정적인 생각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치료 성공의 핵심 기전일 수 있다"면서 "우울증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 쉬운 청소년의 특성상, 신체 감각 신경망과의 연결 능력이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재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장문영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경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한편 연구에는 장문영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경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도 함께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정신약물학(Neuropsychopharmacology, IF 7.1)' 최신호에 게재됐다.

장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은 발달 단계의 특성상 성인 우울증과 다른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가질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청소년 우울증의 항우울제 치료 반응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에서 항우울제 치료 반응이 치료 전 뇌 기능 연결성의 개인차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더 큰 규모의 연구 등을 통해 치료 초기부터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바이오마커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