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만약 '한 달 7만원'인데…'위고비 42만원' K-건보엔 언제?

위고비, 젭바운드 月 7만 5000원 제공…2028년 제도화 거론
李대통령 검토 지시했지만 지지부진…의학계 "급여화 필요"

서울 소재 한 병원의 의료진이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미국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위고비 같은 비만 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나선다.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보고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고비는커녕 대부분의 비만 진료가 건강보험 비급여인 국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2일 의료계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건강보험국(CMS)은 오는 7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메디케어 파트 D 수혜자(65세 이상 고령층과 장애인)에게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물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GLP-1 브리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월 50달러(한국 돈 약 7만 5000원)에 비만 약을 제공한다. GLP-1 비만 약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한 달 약값이 1000달러(약 130만~140만 원)를 웃돌며 정부 할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수백 달러를 내야 하는 등 환자 부담이 컸다.

이 사업에 적용되는 약은 릴리의 먹는 비만 약 '파운다요'와 주사 '젭바운드' 퀵펜 제형 그리고 노보 노디스크의 주사제 '위고비'와 정제가 해당된다. 이 사업은 기존 메디케어 파트 D 혜택과는 별도로 운영되며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전 승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 18세 이상이며 △BMI(체질량지수)가 35 이상 △BMI 30 이상이면서 심부전,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중 하나 이상을 진단받은 경우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병 전단계,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증상이 있는 말초동맥질환 중 하나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경우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 정부는 이 사업이 2027년에 끝나면 2028년부로 정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정부는 환자들의 약 복용 또는 투약이 당뇨, 심혈관 등 다른 만성질환 치료비를 얼마나 절감시키는지 등의 데이터를 감안해 제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관련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복지부에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비만 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지만, 복지부는 제약사가 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검토해 본다는 입장이다.

제약사들은 이들 약을 우선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건강보험에 등재시켰거나,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비만 약으로서 정부에 급여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겠다는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이런 사이 비만 약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용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비만 치료가 시급한 환자부터 건보 급여하에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급여 적용 중인 치료는 비만대사수술뿐인 데다 이제 비만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비급여라 병의원, 약국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지만 위고비 평균가는 저용량 28만 원·고용량 42만 원, 마운자로 평균가는 저용량 43만 원·55만 원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격이 다른 주변 나라보다 비싼 편에 속한다. 중국에선 20만 원, 일본에선 급여가 돼 10만 원 미만에 가능하다.

따라서 비만 치료가 시급한 환자부터 건보 급여하에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급여 적용 중인 치료는 비만대사수술뿐인 데다 이제 비만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내분비학회 대정부정책특임이사)는 "정말 혜택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를 발견하는 동시에 처방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면 비급여 시장의 오남용도 통제할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한 중증 심혈관질환 환자들에게 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돈이 있는 자는 미용 목적으로 약을 사재기하고 정작 생존을 위해 약이 필요한 환자는 비용 장벽에 막혀 손을 놓아야 하는 역전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의 취지를 되찾고, 환자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GLP-1 약의 건보 급여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가은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법제이사)도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펴낸 보고서 속 '비만치료제 급여화의 시급성'을 주제로 한 기고문을 통해 "급여화는 재정 지출이 아니라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공공 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제언했다.

남 교수는 "(비만 약의) 단계적 급여화와 의료 접근성 개선은 국가가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선언"이라며 "이는 재정 지출이 아닌 사회적 투자며, 건강 형평성과 공정한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는 공공 의료정책의 핵심 축"이라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