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걱정에 여행도 마다하던 60대, 6명에 장기기증 후 하늘로

"사랑한다는 말 너무 못했는데" 남편의 마지막 인사
김옥희 씨 장기·인체조직 기증…10여년 전 희망등록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전남대병원에서 김옥희 씨(68)가 양쪽 신장과 폐, 간장, 양쪽 안구를 총 6명에 기증한 뒤 숨을 거뒀다. 생전 김 씨의 모습(왼쪽), 오른쪽은 남편 박천식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노인복지회관에서 일하며 어르신들 끼니 걱정에 여행도 마다하던 6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 6명에 생명을 나눈 뒤 세상을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전남대병원에서 김옥희 씨(68)가 양쪽 신장과 폐, 간장, 양쪽 안구를 총 6명에 기증한 뒤 숨을 거뒀다.

김 씨는 장기 외에 뼈와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나눴다. 조직기증은 환자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 씨의 남편 박천식 씨는 의료진에 먼저 장기·조직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 씨는 "허무하게 아내를 보낼 수 없었다"면서 "생전에 아내와 장기기증을 하고 가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여 년 전 기증희망등록을 해 둔 상태였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김 씨는 서울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다 40대 중반 남편을 만나 15년 전 고향으로 돌아갔다.

꽃을 좋아해 집 앞 마당에 꽃을 심고 키우는 것을 즐겼고, 요리에도 재능이 많아 음식 관련 일을 주로 했다.

최근까지는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겼다.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았다고 한다.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과도 두루 잘 어울렸으나 정작 남편과 쌓은 추억은 많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해에도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복지회관 어르신들의 식사 걱정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며 "여행 한 번 제대로 같이 가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지난 14일은 두 사람의 결혼 20주년이었다. 박 씨는 20년 전 결혼 앨범을 다시 펼쳐 들고 "그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뒤늦게 표했다.

박 씨는 "다니엘라(세례명), 사는 동안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어. 고생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해"라고 전했다.

이어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사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못했는데, 사랑해"라고 인사했다.

한편, 장기기증 희망 등록은 뇌사 등으로 판정될 때 대가 없이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사전 의사표시와 같다. 기증원 홈페이지나 보건소 등의 방문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희망 등록은 본인 의사를 표현하는 절차로서 실제 기증 상황이 발생하면 선순위 가족 1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희망 등록 후에도 언제든 철회와 변경이 가능하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