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할 일"…질병청장이 희귀질환 환아·가족에 약속한 세 가지

[희귀질환]⑤ 진단지원, 전문기관 확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패럴림픽 메달 5개 획득한 김윤지 "포기 말길…다양한 도전 중요해요"

편집자주 ...국내 인구의 약 0.9%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자는 '희귀하다'는 이름과 달리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희귀질환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각 질환별 환자 수는 매우 적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희귀질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뉴스1은 질병관리청과 함께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이 처한 현실과 이들을 둘러싼 제도적 노력과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아·가족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패럴림픽에서 메달 5개를 획득한 김윤지 선수를 비롯해 희귀질환 환아·가족 등이 참석했다. 2026.5.19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이종수 인턴기자

"희귀질환 진단이 미뤄지지 않도록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겠습니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으시게끔 전문 기관을 확충하겠습니다. 시대 변화 등을 감안해 희귀질환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자료 확인 과정을 간소화하겠습니다. 우리 정부의 질병관리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임승관 청장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희귀질환 쉼터) 현장 간담회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치료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올해 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획득한 김윤지 선수도 참석,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원정 진료 어려움 실태조사 진행…"지원 체계는 촘촘히 구축"

질병청은 지난 2006년부터 연합회를 통해 비수도권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이 수도권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희귀질환자 쉼터 운영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쉼터는 월 1회(2박 3일) 이용할 수 있으며 환자와 가족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심리 상담, 미술치료 등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환자와 가족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쉼터 숙소, 화장실·샤워실 같은 편의시설 등의 리모델링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안전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쉼터 숙박 이용객은 2022년 83명에서 지난해 825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전문가 연계 심리 상담도 같은 기간 216건에서 240건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임 청장은 "희귀질환은 진단부터 치료와 관리, 일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만만치 않으리라 짐작한다"며 "쉼터가 장애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다행이나, 이용 증가세를 고려하면 부족한 부분 역시 실감한다. 원정 진료로 인한 어려움 등을 조사해 환아·가족의 미충족 수요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과 김윤지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현장 간담회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진행했다.(질병관리청 제공)

임 청장은 "제일 중요한 세 가지 사업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환자들이 삶의 터전에서 필요한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 관리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가겠다. '얼마나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느냐'에 더해 내실 있게 수행하느냐, 현장에 밀착해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진단지원 사업의 내실화, 희귀질환 전문기관 확충을 각각 소개했다.

또 그간 부양의무자 가구에 적용하던 소득·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저소득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질환엔 질병분류 기호가 붙지 않고 있는 문제를 두고선 "질병분류기호 개정은 5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는데, 의료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임시질병코드를 마련하는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라고 했다.

김윤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임승관 "김 선수 부모님 존경"

이날 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김윤지 선수는 환아와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도전하는 삶을 강조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총 메달 5개를 수확한 김 씨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다인 '단일 대회 메달 5개'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한 대회에서 메달 5개를 딴 일 역시 처음이다.

김 씨는 "희귀질환과 장애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긍정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며 이분척추증과 함께 살아온 경험을 공유했다. 이분척추증은 배아 발달 시기에 신경관이 닫히지 않아 척수·척추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채 태어나는 병으로 김 씨는 재활 치료 과정에서 수영 등 각종 종목을 접했고 이후 스포츠 선수로 성장했다.

김 씨는 "장애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힘들고 꼭 극복할 필요도 없다"며 "이 병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교 체육 과목, 비장애인과 견주면 어려울 수밖에 없고 때론 불가능에 좌절한 경험도 있었다면서도 어머니와의 대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자 잘하는 게, 좋아하는 게 있는데 여기에 집중하면 긍정할 수 있고 이렇게 사는 삶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다"며 "스스로와의 대화가 중요하다. 남들과 다르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포츠 선수의 삶으로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수준에서 한 발씩 성장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김윤지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에 감사패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진행했다.(질병관리청 제공)

이날 임 청장은 김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패럴림픽을 통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으며 스포츠 선수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환아와 가족에 큰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는 의미에서다. 임 청장은 "김 선수 부모님을 만나 뵙고 존경한다는 말씀도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임 청장은 "환아와 가족의 삶과 생활에 직결되는 의견, 사례를 면밀히 적극적으로 검토해 정책을 마련하겠다. 대한민국 정부의 질병청이 희귀질환 환아·가족들과 멀지 않은 데에 있음을 인식시켜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환아·가족들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인 연합회와도 적극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