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눈을 다시 젊게"…녹내장·황반변성 치료 새 가능성
강남세브란스-하버드 공동연구팀, '세포회춘' 기반 노화역전 로드맵 제시
FDA 첫 인체임상 승인…"시력 회복 넘어 노화 치료 전환점 기대"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노화된 눈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려 녹내장과 황반변성 같은 퇴행성 안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단순히 질환 진행을 늦추는 수준을 넘어 세포 자체를 '회춘'시켜 시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준원 안과 교수와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Epigenetic Reprogramming)을 통한 안구 노화 역전 기전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정리한 종설 논문을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눈은 인체에서 대사가 활발한 장기 중 하나로, 특히 망막 세포는 재생 능력이 거의 없어 노화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녹내장과 황반변성 등 퇴행성 안질환은 대표적인 노인성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그동안 의학계는 노화를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현상으로 인식해 왔지만 최근에는 DNA 자체의 손상보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노화의 핵심 원인이라는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야마나카 인자(OSK)를 활용한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는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된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오류만 제거해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개념이다.
실제 싱클레어 연구팀은 앞선 전임상 연구에서 생쥐와 비인간 영장류 모델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노화로 저하된 시력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이런 세포 회춘 기술이 녹내장과 황반변성의 근본적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노화된 망막 신경세포에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적용하면 세포 재생 능력이 복원되고, 손상된 시신경 축삭의 재성장과 시야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종양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정 치료 용량 설정 기준과 함께 mRNA, 엑소좀, 저분자 화합물 등을 활용한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 가능성을 분석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망막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망막 연령 바이오마커(Retinal Age Gap)' 개념도 소개했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런 가능성을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관련 기술의 인체 대상 임상을 승인했으며 현재 녹내장과 시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눈은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계의 일부이면서도 국소 치료제 전달과 관찰이 비교적 용이해 노화 역전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기"라며 "안구 세포 회춘 성공은 향후 심장과 간 등 다른 주요 장기의 노화 치료로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안과 분야 세계 최고 권위 저널인 'Progress in Retinal and Eye Research'(IF 14.7)에 게재됐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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