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아이에게 잠을 선물하세요…"수면부족, 비만 키운다"

"과체중·비만 위험 1.9배…식욕 자극 호르몬 분비 증가"
"6~12세는 9~12시간, 13~18세는 8~10시간 수면 권장"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소아청소년의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로를 넘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교수(소아청소년 소화기영양분과)는 5일 "학원과 과제 등으로 취침 시간이 늦어지면서 초등학생도 하루 수면 시간이 7~8시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수면 부족은 아이의 체중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비만 유병률은 19.3%로 약 5명 중 1명꼴이다. 과체중까지 포함하면 3명 중 1명에 이른다.

류 교수는 "비만 관리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이 강조돼 왔지만 수면 역시 핵심 생활습관 요인"이라며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수면 확보와 스크린 타임 감소를 주요 관리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류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이 충분히 자는 아이들보다 과체중·비만 위험이 약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을 종합해도 짧은 수면은 향후 비만 발생 위험을 30~45% 높이는 경향이 보고된다.

류 교수는 "수면이 부족해지면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분비는 늘고 포만감을 전달하는 렙틴 분비는 줄어드는 등 호르몬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10~1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이 1시간 줄어들 때 그렐린 농도가 평균 21.7ng/mL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설명했다. 이는 배고픔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변화로 해석된다.

이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아이들은 낮 동안 단 음식이나 고열량 식품을 더 찾고 아침을 거르는 경향도 높다"며 "피로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수면 부족은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리고 코르티솔을 증가시켜 대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아 지방간이나 제2형 당뇨 등 합병증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 권장 수면 시간은 1~2세는 낮잠 포함 11~14시간, 3~5세는 10~13시간, 6~12세는 9~12시간, 13~18세는 8~10시간이다. 류 교수는 "아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범위 안에서 꾸준히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취침 시간을 30~60분만 앞당겨도 간식 섭취 감소나 피로 개선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수면 습관 교정은 비만 예방·치료에 충분히 의미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다이어트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잘 자는 것도 포함된다"며 "아이뿐 아니라 부모가 함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이번 어린이날,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건강 선물은 한 시간의 잠"이라며 "오늘 밤 평소보다 한 시간만 일찍 재우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