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 찾아 떠도는 산모…대구 응급이송 지연 '전국 최대 악화'

30분 이상 현장체류 5.73→9.36% 증가폭 최대…서울·부산보다 커
대구, 올해 광역상황실 활용 '0건'…이주영 "이송체계 있지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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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교운 천선휴 기자 = 고위험 산모가 대구·경북 지역 병원 수십 곳에서 수용을 거절당한 끝에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지역 응급환자 이송 지연이 1년 사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악화한 가운데, 2023년 대구 여고생 사망사고 이후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소방청, 대구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119 이송환자 중 현장 체류시간이 30분을 넘긴 비율은 지난 2024년 5.73%에서 2025년 9.36%로 1년 새 3.63%P 증가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현장 체류시간은 구급대가 환자를 접촉한 뒤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걸린 시간으로,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할수록 길어지는 이송 지연의 대표 지표다.

같은 기간 서울은 5.95%에서 6.92%로 0.97%P, 부산은 9.71%에서 10.09%로 0.38%P 상승했다. 인천과 울산 등도 소폭 변화에 머문 반면 대구는 큰 폭으로 악화했다.

지난해부터 이송 지연이 가파르게 악화하던 상황에서 올해 초 고위험 산모가 수십 곳의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산모 17곳 거절…3시간 만에 충청권 병원 도착

지난 3월 25일 새벽 대구 동구에서 복통을 호소한 30대 산모는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대구·경북 지역 주요 병원을 포함해 17개 의료기관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이 산모는 충남 아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고 신고 접수부터 병원 도착까지 3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같은달 1일 새벽에도 임신 28주 쌍둥이 산모가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지역 내 병원 10여 곳과 타지역 병원까지 순차적으로 수용을 문의했지만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했고 장시간 지연 끝에 경기 성남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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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상황실·전원전담팀 모두 미가동…"지침 따른 결과"

두 사례 모두에서 보건복지부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모자의료전원전담팀은 활용되지 않았다. 구급대가 절차를 어긴 것이 아니다.

소방청은 지난해 10월 광역상황실과의 이송병원 선정 공동 대응 체계를 해제했다. 이후 대구형 이송 지침은 Pre-KTAS 레벨 1 환자에 한해서만 광역상황실 협력이 가능하도록 제한됐는데, 두 산모는 모두 레벨 2(긴급)로 분류돼 이마저도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광역 단위 배정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남아 있던 제한적 협력 조항조차 활용되지 못한 구조적 공백이 드러났다.

모자의료전원전담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팀은 병원 간 전원을 지원하는 체계로 설계돼 있어 119 구급대가 현장에서 직접 이송 병원을 찾는 상황에는 연계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고위험 산모를 둘러싼 복수의 지원 체계가 존재했지만 현장에서는 어느 하나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광역상황실이 제 기능을 못 한 것은 이번 두 사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 소방안전본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119 이송병원 선정 지원 실적은 2024년 36건 의뢰에 2건 선정, 2025년 63건 의뢰에 12건 선정에 그쳤다. 2026년 1~2월에는 의뢰 건수 자체가 0건이었다. 레벨 1 환자에 한해서나마 협력이 가능한 체계가 남아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은 셈이다.

대구광역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시, 병원, 소방이 함께 만든 '이송지침 확인서'에는 '병원 선정 곤란 시 협력할 수 있다'는 문구밖에 없기 때문에 레벨1이라고 하더라도 따로 광역상황실에 연락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다 해결한다"며 "올해 1, 2월에도 광역상황실에 의뢰하지 않고 우리가 처리했다"고 말했다.

소방청이 공동대응 체계를 해제한 배경으로는 "단계를 거칠수록 시간이 지연된다"는 현장 불만이 거론됐다. 그러나 해제 전후를 가릴 것 없이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다는 점에서 체계 해제가 현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는지 아니면 활용 기피 관행을 제도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병상 포화에 전문 인력 부족…인프라도 한계

병원 측의 수용 거절 역시 단순한 기피가 아니라 인프라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사건 이후 수용 거부 병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선 점검 결과, 사건 당시 일부 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NICU) 병상 가동률이 100%를 초과하거나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이미 포화 상태였고 산부인과 전문의나 당직 인력이 부족해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응급의료 종합상황판 역시 병상 정보와 실제 수용 가능 여부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지침, 인프라, 운영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서 책임형 응급의료가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영 의원은 "응급환자 이송 체계가 '있지만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광역 조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현장에선 병원을 찾지 못해 환자가 떠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청과 복지부로 분리돼 불통하고 있는 영역을 대대적으로 조율해 손보는 동시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응급 이송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