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연기, 수증기 아냐"…대기오염·간접흡연자에도 악영향

변민광 강남세브란스 교수팀, 전자담배 관련 연구 종합 분석
니코틴·중금속 품은 전자담배 몸 깊숙이 침투해 뇌에도 영향

3일 서울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전자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2026.2.3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에어로졸)가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흡연자는 물론 간접흡연자의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연구한 20년간의 연구를 모아 일반 담배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던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변민광 호흡기내과 교수가 미국 전자담배 연구 그룹인 로렌 E. 월드(Loren E. Wold)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로라 E. 크로티 알렉산더(Laura E. Crotty Alexander) UC 샌디에이고 교수와 함께 이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변 교수팀은 전 세계 140여 편의 핵심 연구 사례를 종합 분석해, 전자담배 노출이 인체 여러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집대성했다.

그간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연초 담배의 대체재 또는 흡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 담배 흡연율은 2019년 대비 약 12% 감소했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약 82% 증가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전자담배에 함유된 유해물질과 흡연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어로졸의 위험성을 제기해 왔다. 전자담배 기기로 가열된 액상은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 입자 형태의 에어로졸로 바뀌어 공기 중에 부유하거나, 흡연을 통해 흡연자의 신체 내로 들어가게 된다.

나노 단위의 니코틴과 중금속, 독성 물질들은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흡연 시에는 폐포와 혈관에 더욱 깊숙이 침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자담배 노출에 의한 가장 흔한 영향은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염증 반응이다. 연구팀은 전자담배가 단순히 폐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뇌와 심혈관, 대사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장기에서 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 대비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최대 1.4배 높았으며,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혼용하는 여성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3.9배까지 치솟는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니코틴과 나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해 동맥경화와 혈압 상승, 동맥 경직도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직접적인 염증을 유발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뇌의 포도당 이용률을 떨어뜨려 뇌졸중 발생 시 뇌 손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게 확인됐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벽지나 가구에 달라붙는 '표면 침착'으로 인한 3차 간접흡연의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는 환기 후에도 수개월간 남아, 영유아나 반려동물에게 직접적인 독성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야기하는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재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 시나리오가 지속될 때,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네이처(Nature)지의 전망을 인용해 경각심을 더했다.

변민광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여러 장기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학계의 공통된 결론을 도출해 낸 것"이라며 "달콤한 향기에 가려진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일반 대중과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약리학 분야의 학술지 '연간 약리학 및 독성학 리뷰'에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