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혁신? 위협? 제약·바이오업계 의견 분분…외자사는 '방긋'
상위 사 위주 정책에 중소 사 소외된다는 의견
"약가 인하하면 혁신 속도 저하…위기감 팽배"
- 문대현 기자,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김정은 기자 =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연구개발(R&D) 투자 연동형 약가 보상 체계'를 확정한 것에 대해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R&D 비중이 많은 상위 사(社)의 경우 큰 영향이 없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 사는 자금 흐름이 막힐 것이란 우려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열린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R&D 등 혁신적 가치에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률은 국내 약제비 구조와 주요국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한다. 품질관리를 위해 △자체생동 미실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원료의약품 미사용에 따른 약가 조정 비율도 현행 85%에서 80%로 강화한다.
과거의 일괄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대신 R&D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노력한 기업들에 보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선 특례 수준의 약가(49%, 47%)로 조정한 뒤 특례기간(각 4/3년)을 부여한다.
정부는 약가개편으로 국민 건강권 보장성을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적 성과 창출이 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원하는 그림이다.
정부의 정책에 상위 사의 경우 혁신성이 커져 산업 성장이 기대될 것으로 본다. 제네릭 판매 수익을 R&D에 재투자하면 신약 개발 역량이 커져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 사의 경우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막대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특성상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중소 사 종사자 A 씨는 "제약 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수익성 악화로 도산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제약 생태계 자체가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제약업에 몸담은 B 씨도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낮아지는 영업이익률 속에서도 R&D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서 기술력을 강화하려 애썼는데, 약가를 인하하면 혁신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업계 내부에선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사는 큰 틀에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방향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외자사들이 주장해 온 이른바 '이중약가제'(약가 유연계약제)가 도입되면서 그간 제기돼 온 '코리아 패싱'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비용효과성(ICER) 임곗값을 합리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2028년부터 혁신 신약의 가치를 보다 적정하게 평가 및 조정할 수 있는 신속등재-후평가 조정 트랙 마련에 착수한다고 했는데 외자사는 구체적인 실현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정책 연구가 끝나기 전이라도 평가 중인 약제에 대해 상향된 ICER 임곗값을 적용하는 것이 하루하루 약제의 급여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개편과 관련해 다국적사 트랙 별도 지정 신설 논의를 두고도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다른 외자사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외자사는 제네릭 약가 인하보다 약가 유연제나 혁신형 제약 기업 우대 이런 제도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며 "업계에서 요구한 본사 R&D 투자 실적은 기준에 반영되지 않고, 의약품 수출 규모 등 외국계 기업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이 유지된 것은 다소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와의 업무 협력(MOU) 체결, 국내사와 파트너십 행사 개최 등 외국계 제약사의 노력도 평가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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