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국가 공권력은 반드시 절제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시도다. '사무장병원 근절'과 '재정 누수 방지'라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그 결과는 의료 현장의 위축, 나아가 환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연달아 통과하면서 전국 2만 명이 넘는 특사경 관리에도 구멍이 생겼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권한 재편이 수사 공백과 현장 혼란을 초래하고, 기관장 권력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커지면서 그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한 확대와 구조 개편의 부작용'이 의료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 건보공단의 특사경을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이제 완전히 사라지게 될 운명인 것이다. 무분별한 특사경 확대는 일반 사법경찰의 업무 범위를 침해하고 행정 만능주의를 부추겨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전문성 보완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단순히 행정 편의를 위해 수사권을 남발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법질서에 역행하는 처사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역시 동일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건보공단에 수사권이 부여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이다. 수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건보공단 인력에게 강제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과잉 수사와 인권 침해 우려도 커진다. 의료기관에 대한 무리한 조사와 압박은 정상적인 진료를 방해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치료 지연과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진다.
나아가 행정조사와 수사가 결합된 구조 속에서 의료기관은 언제든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방어 진료를 초래하고, 적극적이고 필요한 의료행위조차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가 아닌 '문제 되지 않을 치료'를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의료기관이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되는 환경에서는 환자 역시 안정적인 진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건보공단이 보험자로서 의료기관과 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라는 점도 문제다. 계약 당사자가 동시에 수사까지 하게 되면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 직원이 수십억 원을 횡령한 사례, 수천억 원의 인건비 과다 편성의 방만 경영 사례 등 비윤리적, 불법적 상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 실패 책임을 수사권 확대로 덮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사무장병원 문제의 본질은 수사권 부족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 있다.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의 검증 강화, 전문가 중심의 자율 규제, 기존 수사기관과의 협력 체계 정비 등 보다 정교한 시스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단속 권한만을 확대하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권력이 아니라 균형 잡힌 제도다. 공단 특사경 도입은 의료를 위축시키고, 그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위험성을 직시하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는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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