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남성은 타격, 여성은 행복감 늘어"…치매·사망 '성별 격차'

남성, 사별 후 1년 내 건강 급격 악화…사회적 지지 감소
여성은 시간 지나며 행복·삶의 만족도 증가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배우자와 사별한 이후 남성은 치매와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등 신체·정신 건강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반면 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과 일본 치바대 공동 연구팀은 일본 노인평가연구(JAGES)에 참여한 65세 이상 2만6000명 가운데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1076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정서장애저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대에 따르면 연구팀은 치매, 사망률, 우울, 행복감 등 37개 건강 지표를 추적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별한 남성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은 반면 사별한 여성들은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성은 배우자를 잃은 이후 거의 모든 영역에서 건강이 악화됐다. 치매 발병과 사망 위험이 증가했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떨어졌다. 우울 증상은 늘고 행복감은 감소했으며 사회적 지지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사별 후 1년 이내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 책임자인 시바 코이치로 보스턴대 역학 조교수는 "남성은 직장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배우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배우자를 잃으면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편 사망 직후에는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우울 증상이 증가하거나 신체 건강이 악화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바 박사는 "여성은 배우자를 돌보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여성에게는 사별이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활습관과 사회적 관계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사별 이후 남녀 모두 사회 활동은 증가했지만 사회적 지지 감소는 남성에게서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늘어난 활동이 정서적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남성은 사별 이후 음주량이 증가한 반면 여성은 건강검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여성은 신체 활동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배우자 사별 이후 나타나는 건강 변화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성별에 따른 사회적 역할과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시바 박사는 "사별 후 첫 1년은 남성에게 특히 위험도가 높은 시기이므로 가족, 친구, 의료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외로움과 음주량 증가와 같은 건강하지 못한 대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것 또한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