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 수가 인하에 학계 '반발'…"원가보상률 근거 신뢰 안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무리한 조정 즉각 중단하라" 촉구
조사 대상 편중 "수탁 기관 일방적 매출 감소 겪게 돼"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수가 인하의 근거가 된 원가보상률 산출 방식이 중대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는 정밀의료와 필수의료의 출발점인 '진단검사'의 수가를 무리하게 인하한다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수가 인하의 근거가 된 원가보상률 산출 방식이 중대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는 정밀의료와 필수의료의 출발점인 '진단검사'의 수가를 무리하게 인하한다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25일 "필수의료의 근간인 진단검사, 재원 조달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통계적 대표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수가 조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의료비용 분석에 기반한 상시 수가 조정 체계를 가동하고 이른바 '과보상 영역'으로 분류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수가를 인하해 확보한 재원을 진찰료 보상 강화 등 타 항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진단검사는 단순한 재정 조정 대상이 아니라 정밀의료와 필수의료의 출발점이자 모든 임상 의사결정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재원 확보 수단으로 간주하는 접근은 의료 체계의 구조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적이라 보기 어려워…원가보상률, 과대 추정 가능성도"

학회는 정부가 제시한 검체검사 원가보상률 산출 방식의 통계적 한계를 문제 삼았다. 이번 회계 조사에는 상급종합병원 6개, 종합병원 74개, 병원 0개, 의원 88개가 포함됐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이른바 '빅5' 병원이 제외됐고 의원 표본도 전체 의과 의원의 0.24%에 불과하다.

학회는 "제한적이고 편향된 표본을 바탕으로 산출된 수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재정 이동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적 위험을 내포한다"며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회계 조사 방식과 과도기적 자료를 근거로 한 급격한 수가 조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조사 대상이 '신포괄수가제 참여 기관'으로 편중된 점도 우려했다. 이들 기관은 정책적으로 수가 가산을 적용받고 있어, 이 가산이 원가 계산에서 적절히 분리되지 않을 경우 원가보상률은 과대 추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 포괄수가 적용 구조 아래에서 입·퇴원 전후 검사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검사 빈도와 비용 구조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정책 개입 효과가 충분히 보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출된 수치는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학회는 "수탁 구조의 비용 왜곡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의료기관이 검사를 외부 수탁할 경우, 장비비·인건비 등 실제 원가 구조와 괴리된 수입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2023년 회계자료에는 수탁 시장 내 과도한 할인 경쟁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복되는 수가 인하가 '자기패배적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봤다. 2017년과 2024년 대규모 수가 인하 이후에도 원가보상률이 100%를 상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단순한 과보상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회는 "수가 인하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검사량이 증가하는 풍선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단순 삭감은 검사량 증가를 유발하고, 이로 인한 효율성 상승이 다시 원가보상률을 높아 보이게 해 삭감 명분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균형 수가' 정책하에서 위탁 의료기관은 진찰료 인상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검사만을 수행하는 수탁 의료기관에는 매출 감소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다. 이는 진단검사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진단검사는 중증질환 관리와 감염병 대응 등 필수의료 전반을 이룬다"며 "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진단검사를 반복적으로 삭감하는 접근은 단기적 재정 이동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 저하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학회는 △통계적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가보상률을 근거로 한 무리한 수가 조정 즉각 중단 △의료비용 분석 자료의 학회 공유와 공동 검증 체계 제도화 △데이터 검증과 정책 소통 창구 일원화 등을 복지부에 촉구했다.

끝으로 "진단검사를 단기적 재정 조정 대상으로 접근하는 정책은 의료체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약화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에 기반한 정책 결정 구조가 마련돼야 필수의료의 기반이 공고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재검토와 협의를 촉구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