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능 중심의 정밀한 접근으로 신체 노쇠의 변곡점을 잡는다"

[극초고령사회 대응]②고려대 주도 'Frailty Zero' 팀 구성
만 66세 생애전환기 검진과 연계하여 제도화 추진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극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205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인 '후기 고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통해 고령화 난제 해결을 위한 두 개의 방어축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DEF-H 프로젝트'다. 뉴스1은 이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2개 연구팀의 전략을 조명한다.

2025년 10월 13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Frailty Zero' 연구과제 Kick-off meeting.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K-헬스미래추진단은 DEF-H 프로젝트(극초고령사회에서의 노쇠에 대한 AI 기반 예방적 돌봄 서비스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형 R&D'를 도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과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이 각자 솔루션을 개발한 뒤 평가를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식이다. 1단계 연구가 마무리되는 2027년 하반기에 단계 평가를 통과한 한 팀이 2029년까지 연구개발을 이어나간다.

앞서 본지가 소개한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 'Frail-Mind' 팀이 '9종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한 에이전틱 AI를 통해 미세한 노화 패턴을 밝히고 최적의 맞춤형 노쇠 중재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표방했다면, 이번에 소개할 고려대 컨소시엄 '노쇠제로'(Frailty Zero) 팀은 '차별화된 데이터'와 세계 최초의 '위상분석 AI 기술'을 통해 노쇠 예방의 핵심에 다가서는 전략을 던졌다

'Frailty Zero'라는 이름은 대사능 기반 노쇠평가·예측을 위한 위상분석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및 FZ(Frailty Zero) 케어 서비스 사업화라는 과제에서 따왔다.

2025년 10월 13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Frailty Zero' 연구과제 Kick-off meeting 에서 대사측정 시연.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병원-지역사회-가정의 데이터 사슬, 노쇠 관리 '사각지대' 지운다

그동안 의료계는 노쇠를 단순히 나이가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해 왔으나,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주관연구기관을 맡아 구성한 Frailty-Zero 팀은 이를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생체 지표'의 문제로 정의한다.

이승규 PM은 "진정한 예방은 데이터의 단절을 막는 데서 시작된다"며 "병원에서 측정한 정밀 데이터가 일상의 돌봄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병원(Hospital), 지역사회(Cloud), 가정(Wearable)을 잇는, 이른바 'ZeLiA 3-Tier 엔진'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만 66세 생애전환기 검진'과 같은 전 국민 대상 서비스 적용을 목표로 하는 데, 이를 위해 해당 시점에 수집된 정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령층의 건강 경로를 예측하고, 지역사회 맞춤형 돌봄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이들의 마스터 플랜이다.

2025년 10월 13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Frailty Zero' 연구과제 Kick-off meeting.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수학적 위상분석(TDA)과 '대사능' 데이터의 혁신적 만남

Frail Zero 팀이 내세운 핵심 병기는 위상분석형 파운데이션 모델인 'ZeLiA'(Zero-Frailty Life-AI)다. 단순히 단편적인 신체 지표를 보는 것을 넘어 심폐, 대사, 근력, 인지 등 다중 생체신호를 동시에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관연구개발기관의 연구책임자인 박용두 교수(고려대학교 의공학)는 "노쇠는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에서 시작된다"며 정밀 대사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병원에서 수행하는 심폐운동검사(CPET)는 우리 몸의 엔진 출력을 측정하는 가장 정교한 '대사능'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이 데이터를 기준점(Baseline)으로 삼아 일상 속 웨어러블 데이터와 결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병원 문을 나선 뒤에도 어르신의 대사 엔진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 AI가 24시간 지켜보는 체계, ZeLiA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이끄는 김대겸 교수(고려대학교 기계공학)는 "우리는 세계 최초로 위상분석(TDA) 기술을 접목해 대사, 심폐 등 복잡한 생체 신호 간의 위상차 통한 데이터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기존 AI가 놓치던 미세한 노쇠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2월 12일 서울시티타워 K-헬스미래추진단에서 열린 'DEF-H 프로젝트 1차년도 마일스톤 점검 워크숍'.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실질적 처방 'FZ-Care'와 제도권 내 '노쇠 제로' 실현

기술의 혁신은 어르신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완성된다. 연구팀은 ZeLiA 모델이 분석한 결괏값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생활 습관과 운동 처방을 제공하는 'FZ-Care'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양우휘 교수(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는 "대사능 상태에 맞춰 어떤 강도의 운동과 식단이 필요한지 정밀하게 처방하여, 디지털 기술이 어르신들의 신체 엔진을 다시 젊게 만드는 연료가 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제도적 안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은선 교수(고려대 의료원)는 "만 66세 생애전환기 검진이라는 국가 제도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지자체의 노인의료돌봄 통합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대사 기반 노쇠 관리 혜택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연구기관인 론픽의 XIM을 활용한 노인 대상 근력측정 (1RM) 장면.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건강수명 늘리고 의료비 줄인다"…지속 가능한 복지의 시작

기술의 성공은 결국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대사능 기반의 조기 진단으로 노쇠 진입을 늦춤으로써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장기 요양 급여 지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규 PM은 "Frailty Zero 팀의 대사능 중심 접근은 노쇠를 '어쩔 수 없는 노화'가 아닌 '관리가능한 수치'로 바꿀 수 있는 혁신"이라며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의 Frail-Mind 팀과 고려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의 Frail Zero 팀의 경쟁이 대한민국 고령층의 삶을 지켜내는 강력한 방패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