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후 고열, 몇시간 내 죽을 수도…수막구균 주의보
작년 현지 수막구균 감염 환자 95명, 예방 중요
"감기처럼 접근…국내엔 최근 '4가 백신'도 도입"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감염병 역시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여행지에서의 감염이 귀국 후 국내 보건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펴낸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을 보면 베트남에서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 발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베트남에서 보고된 수막구균감염증 환자는 95명으로, 전년 대비 약 4.5배 늘었으며 사망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치명률이 높은 'W형 혈청군'을 포함해 주요 혈청군이 동시에 유행하는 양상이 관찰되며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여행·체류 중 감염병에 대한 사전 대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막구균감염증은 수막구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감염병으로, 주로 수막염이나 패혈증과 같은 침습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중증 감염병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가 필요한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식욕 저하, 메스꺼움 등 감기와 유사한 비특이적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나 침습성 수막구균감염증은 질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생존하더라도 청력 손실이나 신경계 장애, 사지 괴사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더욱이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진행 속도가 빠른 질환인 만큼, 질환 특성을 고려해 위험성을 미리 인식하고 대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감염학회 여행의학위원회 위원인 염준섭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베트남을 포함한 일부 해외 지역에서 수막구균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해당 지역의 감염병 유행 상황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막구균은 보균자의 기침이나 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말이나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군부대나 대학 기숙사처럼 밀집된 생활 환경에서는 감염 위험이 커지며, 항공기 이동이나 해외 체류 등 여행 상황에서도 감염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전파 특성과 발병 위험을 고려해, 질병청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과 신병 훈련병 등 단체생활자, 아프리카 수막염 벨트 여행자 및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순례자와 같은 해외 여행자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수막구균감염증은 증상 발생 이후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은 질환인 만큼, 사후 치료보다는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국가별 유행 혈청군과 고위험군 특성을 고려한 예방접종을 주요 감염병 관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예방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국내에는 생후 6주 영아부터 접종이 가능한 수막구균 4가 백신 '멘쿼드피주®'가 도입됐다. 멘쿼드피는 수막구균 A·C·Y·W 혈청군을 예방하는 단백접합 백신으로, 영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군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후 6주~24개월 미만 영아에서도 수막구균 A혈청군에 대한 효능·효과를 허가받았으며, 완전 액상 제형으로 제공돼 접종 편의성도 고려됐다. 다만 접종 대상 연령에 따라 접종 횟수가 달라 연령별 접종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후 6주 이상 6개월 미만 영아는 기초 3회 접종 후 추가 1회를 포함해 총 4회 접종이 필요하며, 생후 6개월 이상 24개월 미만 영아는 총 2회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2세부터 55세까지는 1회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염준섭 교수는 "수막구균 유행 지역으로의 여행이나 장기 체류를 앞두고 있다면,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수막구균 예방접종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여행 중 고열이나 두통,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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