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행복'을 신념으로…"응급의료에 일생 바친 故윤한덕 잊지 말자"

설 연휴, 과로로 순직 7주기…미수용 문제 해결에 진심
정부·현장 "한국형 시스템 확립 등 그의 유지 받들 것"

오는 4일은 국민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독하게 일하다가 과로로 순직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사진)의 7주기다.(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그해(2019년)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 2020년 1월 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고(故) 윤한덕 센터장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다행"이라며 "유공자 지정을 한다고 해 유족들 슬픔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국가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민간인으로 36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유공자에 선정됐다.

윤한덕(1968년생·당시 51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지난 2019년 2월 4일 설을 하루 앞둔 명절 연휴 본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1~2일 전, 사인은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정지였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순직 전 3개월간 주 평균 121시간 37분을 근무했고 숨진 주에 129시간 30분을 일했다.

윤한덕의 신념 "환자 행복", "응급실 도와야 환자 살릴 수 있다"

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오는 4일은 국민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하루 19시간 등을 지독하게 일하다가 과로로 순직한 윤 센터장의 7주기다. 퇴근 대신 사무실 한켠의 간이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그의 동료들은 술회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적었다.

의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당시 윤 센터장의 책상에는 연휴 재난 대비책과 교통사고 환자 등을 위한 권역외상센터 운영 개선안,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 등이 놓여 있었다. 특히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타도 엉뚱한 병원을 전전하거나 응급실에서 여러 진료과의 협진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생을 바쳤다.

처음 의사가 된 1993년. 수련의로 일하던 그는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가 병원 도착 90분 만에 사망한 사건을 목도했다. 자신의 무기력함에 더해 응급환자를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모순을 깨닫고 응급의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1998년 전남의대 1호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그는 2002년 의사로서 유일하게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했다.

윤한덕 센터장이 생전 활용한 국립중앙의료원 조끼와 업무 일지(위 사진은 전남의대 화순캠퍼스에 진열돼 있는 물품 등이다. 윤한덕기념사업단 제공). 그리고 윤 센터장이 받게 된 훈장과 업무 일지 그리고 그를 다룬 미니이처 인형.(아래 물품 등은 국립중앙의료원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제공)

그는 센터 직원들에게 2가지 신념을 강조했다고 한다. 센터가 하는 일은 환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며, 응급실 의사들을 적극 도와야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고. 더욱이 컴퓨터를 잘 다루고 프로그램 만드는 실력이 좋았던 덕에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이 정보망은 자살 예방에도 활용될 정도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자리도 제안받았지만, 평생 응급의료를 위해 살기로 결심하고 센터에 잔류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한계가 국내 응급의료 수준을 가로막는 게 아닐지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국내 응급의료 체계에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당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교수)과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닥터헬기 출범을 해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을 때 국립중앙의료원 대책반장을 맡아 음압병실을 만들어낸 한편, 2017년 '의대증원' 이슈가 불거질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 의사가 많다는 걸 의사 말고 누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거론할 정도로 국민을 위한 일에 우선이었다.

윤 센터장 순직 당시, 이국종 교수는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흔들어 털어 봐도, 윤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추모했다. 윤 센터장이 '너무 힘들다'며 센터장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부탁했던 게 후회된다고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내에는 윤한덕 센터장의 헌신과 열정을 기리는 '윤한덕 홀'이 마련돼 있다. 사진 속 서명은 지난 2019년 1월 26일 윤 센터장이 마지막 근무교대를 할 당시 남긴 서명이다.(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제공)

이 밖에도 그의 열정은 굵고 진한 획을 남겼다.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AED)를 설치하게 하고, 충격기에 '심쿵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종사자 교육·훈련,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운영, 이송 정보망 사업 추진, 응급의료 연구 등 체계 전반에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최근에도 큰 숙제인 소위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복지부, 전국 돌며 각계와 환자 이송-수용 대응 역량 강화 호소

오는 4일 그의 모교인 전남의대 화순캠퍼스 의학도서관에서는 7주기 추모식 행사가 열린다. 윤한덕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과거 동료 등 수십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복지부와 응급의료 현장 전문가 등은 윤 센터장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생각이다. 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을 목표로 전국을 순회 방문하며 이송-수용 과정에서의 현장 대응력과 협업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그와 전공의 시절을 함께 보낸 윤한덕기념사업회의 허탁 이사장(전남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뉴스1에 "소방-응급 등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응급의료 이송-치료가 보다 수월했으면 좋겠다. 그의 생전 노력이 현실화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센터장의 참의료 정신이 의료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전했다.

전남의대 동문이자 윤 센터장의 후배인 전병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도 "윤 센터장은 열악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온몸으로 떠안았던 상징적 존재"라며 "고인의 동문이자, 후배로서 한국형 응급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응급의료 이슈에 논란이 아닌 해결을 목표로 국민 등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