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지탱하는 핵심은 단지 통장 잔고가 아니다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우리는 노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얼마를 모았느냐"를 묻는다. 연금은 충분한지, 부동산은 있는지, 월 생활비는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부터 한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의료비와 돌봄비가 급증하는 시대에 재정 기반이 흔들리면 노후는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성공노화(successful aging)의 관점에서 보면, 노후를 지탱하는 핵심은 단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어떤 가치와 의미를 품고 살아가느냐"에 있다.

성공노화(Successful Aging)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신체·심리·사회적으로 높은 기능 수준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로우와 칸(Rowe & Kahn)은 성공노화를 '질병과 장애의 낮은 위험, 높은 신체·인지 기능, 적극적인 인생 참여'라는 세 요소로 정의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신체적 한계가 있더라도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하느냐, 즉 복원력(resilience)까지 포함해 바라본다. 결국 성공노화는 완벽한 건강이 아니라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문제다.

'어르신 예능경연대회'에 참가팀이 열창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머니 기반 삶은 노후를 재무 설계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은퇴 이후에도 수입원을 유지하려 애쓰고, 자산을 지키기 위해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숫자에 매달리다 보면 삶의 가치와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삶이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반면 가치 또는 의미 기반 삶은 노후를 또 다른 성장의 시기로 바라본다. 더 이상 생산성으로 평가받지 않는 대신 관계·기여·자기본성의 이해를 삶의 중심에 둔다. 지역사회에서 평생 축적한 재능을 기부하거나, 손주 돌봄과 이웃 돌봄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며 산다. 또는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여행이나 취미를 통해 삶을 영역을 확장한다.

이런 노후의 공통점은 '나는 여전히 필요한 사람'이라는 내적 감각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성공노화 관련 연구들도 고령자 삶의 만족도는 소득보다 의미와 관계의 질, 자율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 아무리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도 고립되면 무기력과 허무감에 빠지고 질병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삶에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고령자는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산다.

문제는 사람들의 노후 담론이 지나치게 머니 기반으로 쏠려 있다는 점이다. 노후 준비를 말하면 금융상품부터 떠올리고, 성공한 은퇴의 모델도 '연금 월 얼마 받는 사람'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기초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각종 돌봄 서비스 등 노후를 지탱할 제도적 장치는 이미 잘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제도의 구조와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거나 왜곡된 정보에 휘둘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복지 논쟁이 아니라 정부 복지정책에 대한 문해력이다. 제도의 목적과 대상, 이용 방법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미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노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성공노화란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삶을 받아들이며 의미 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성공노화를 위한 주요 생활 처방은 세 가지다. 첫째,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법으로 통곡물·단백질·항산화 식품을 챙기고, 설탕과 가공식품은 줄인다. 둘째, 주 2~3회 규칙적인 근력운동과 빠르게 걷기, 균형운동으로 낙상을 예방한다. 셋째,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배움과 봉사를 통해 소속감과 자기효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구강건강이다. 치아 상실과 구강 기능 저하는 '구강 노쇠'를 불러 근감소·영양결핍을 악화시키고, 이는 '전신 노쇠'로 이어져 낙상 위험을 높인다. 또한 사레가 들려 구강 유해균이 폐로 들어 가면, 흡인성 폐렴으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입이 건강해야 하며, 식사 후에는 올바른 칫솔질 후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인 마우스피스형 구강세정기로 철저히 입 속을 관리해 노쇠·낙상·폐렴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오늘 은행 잔고를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나는 늙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결국 얼마를 가졌느냐보다는, 어떤 의미를 품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사느냐가 성공노화의 성공 비결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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