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늘리는데 기준은 '의료공백 시기'?"…시민·환자단체 반발

"전공의 이탈·코로나 시기를 '정상' 가정한 추계는 재검토"
"AI·고령의사 활동성 반영은 증원 회피 수단 될 수 없어"

김태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노동·환자단체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과와 관련 "코로나19와 의정갈등이라는 비정상 시기를 정상으로 고정한 과소 추계는 재검토돼야 한다"며 정부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추계 기준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5일 "2024~2025년 의료공백의 피해는 환자와 국민, 현장 보건의료노동자가 고스란히 감당했다"며 "그 시기의 의료이용 억제를 기준으로 삼아 미래 의사 수요를 산정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전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됐다.

추계위는 2035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를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 1136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일부 의사단체는 발표 직후 '근거와 자료가 없다', '졸속 추계'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의료계는 공급자 측이 추계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정과 변수를 반영해 하한을 낮추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뒤, 이제 와서 결과 전체를 흔드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계위가 공급자 과반 구조였다는 점을 들어 "공급자 과반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결과마저 부정한다면 이는 '어떤 수치가 나와도 증원은 안 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절차를 소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추계의 핵심 쟁점으로 의료 수요를 특정 시점에 고정하는 '조성법' 적용과, 최근 5년(2020~2024년) 임상활동 확률을 공급 산정에 반영한 점을 꼽았다.

이들은 "2024년은 전공의 이탈과 의료공백으로 의료이용이 억눌린 해"라며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치료 지연과 혼란을 사실상 적정 이용으로 간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와 의정갈등이 포함된 최근 5년의 임상활동 확률을 적용할 경우 고령 의사의 활동성이 과대평가돼 미래 공급이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며 "그 부담은 간호사와 의료기사, 돌봄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11차와 제12차 추계 결과 간 큰 차이에 대해서도 보정심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서는 "AI는 도구에 불과하며 도입에는 비용과 책임, 윤리와 안전,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뒤따른다. 현장에선 AI가 아니라 인력 부족이 먼저"라며 "AI로 절감되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은 환자 안전, 충분한 설명, 다학제 협진으로 돌아가야지 '증원 회피'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보정심에 △2024년 고정 추계를 정원 결정의 하한으로 사용하는 방식 중단 △최근 5년 임상활동 확률 적용 효과의 투명한 공개 검증 △근무시간 단축 논의와 별도로 의사 인력 확충 원칙 확립 △증원된 인력이 지역·필수·공공의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 패키지 마련을 요구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