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에 내성 보이는 '이 유방암'…고지혈증 약으로 효과 봤다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유의미한 변화 보인 피타바스타틴
많은 돈, 긴 시간 필요한 항암 신약 개발 과정 효율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피타바스타틴'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항암 신약 개발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재홍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은 피타바스타틴이 삼중음성유방암의 주요 내성 인자를 직접 억제한 데다 암 줄기세포 또한 억제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실험혈액학&종양학)'Experimental Hematology & Oncology'(IF 13.5)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가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ER·PR·HER2 단백질이 모두 없어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치료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파클리탁셀과 같은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치료 후에도 재발과 전이가 흔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살아남는 암 줄기세포가 약물 내성과 종양 재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Mcl-1 단백질'이 과도하게 증가해 항암 효과를 더욱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돼 이를 직접 표적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cl-1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과정에서 피타바스타틴이 Mcl-1 결합 부위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구조적 특징을 확인했다. 피타바스타틴은 원래 고지혈증 치료제로 임상에서 널리 쓰이며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약물이다.
피타바스타틴은 여러 연구에서 암세포 성장 억제나 세포 사멸 유도 효과가 보고되어 항암제로 재창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그 항암 효과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3D 도킹 분석을 통해 피타바스타틴이 Mcl-1 단백질의 BH3 결합 부위에 직접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 과정에 들어가는 등의 명확한 반응이 나타났다.
일반 항암제로 제거하기 어려운 암 줄기세포의 수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까지 확인됐다. 재발·전이를 일으키는 근본 세포까지 억제하는 결과다. 또한 파클리탁셀에 내성을 가진 세포에서도 피타바스타틴은 내성의 핵심 요인을 감소시키고, 강력한 항암 효과를 유지했다.
실제로 피타바스타틴과 파클리탁셀을 함께 투여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크게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가 관찰됐으며, 이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병용 치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재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피타바스타틴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Mcl-1을 표적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 후보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파클리탁셀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군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기초 및 전임상 단계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으며, 향후 암 줄기세포 표적 치료 연구에도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이번 성과를 토대로 보다 발전된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김지영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피타바스타틴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전략을 통해 고비용과 장기간이 필요한 항암 신약 개발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성과"라고 소개했다.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 의대 암연구소의 김윤재 교수, 정은선 교수, 고려대 의대 의과학과 고동미 석박사통합과정생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보다 다양한 암종에서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실제 임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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