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역전 핵심은 '기능회복'…"시간보다 세포 상태 되돌려야"

[노화역전의 꿈]⑰ 전옥희 교수 인터뷰 "질환 시점 늦추는 '건강노화'가 현실적 목표"
"역노화, 젊음 사는 '상품' 아닌 질병위험 낮추는 '공중보건' 도구"

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

전옥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가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노화역전'(aging reversal)이 불가능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과학계에서는 이 매력적인 단어를 더 정교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옥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역전'의 핵심이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노화된 세포 상태를 조절해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포 노화와 노화 전이 메커니즘을 연구해 온 노화 생물학 연구자로, 노화가 개별 세포를 넘어 조직과 환경 차원으로 확산한다는 점을 규명해 왔다.

전 교수는 1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방식인 후성유전학적 지표나 염증 등 비교적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있지만 조직 구조의 붕괴나 DNA 돌연변이 축적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무엇을 얼마만큼 되돌렸는지를 분리해 말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화역전'이라는 표현보다 '건강노화'(healthy aging)'가 현재 과학에 더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기능이 좋아졌다고 해서 모든 노화가 되돌려진 것은 아니다"며 "질환 발생 시점을 늦추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되돌릴 수 있는 노화와 되돌릴 수 없는 노화…'역전'의 과학적 경계

노화 연구에서 흔히 거론되는 생물학적 나이, '에이징 클락'(aging clock)의 한계도 짚었다. 전 교수는 "에이징 클락은 노화 자체를 직접 측정한다기보다 노화와 연동된 생리·분자 상태를 요약한 대리 지표"라며 "단순히 혈액 지표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특정 장기의 상태를 대변하는지(Specific clock)를 복합적으로 봐야 노화 속도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어떤 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연구해 온 '노화 전이' 현상은 노화가 개별 세포 차원을 넘어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노화된 세포가 나쁜 신호를 보내 주변 미세환경을 망가뜨리고 이것이 전신 염증과 조직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며 "노화된 세포를 억지로 젊게 만드는 것보다 이런 '좀비 세포'들이 보내는 나쁜 신호를 차단해 기능 저하를 늦추는 접근이 노화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연구가 실제 의료로 이어지는 데는 넘어야 할 장벽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약물(세놀리틱스)이 골관절염 등 특정 질환에는 효능을 보였으나, 다른 장기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특정 타깃 하나로 모든 노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세포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접근에 대해서도 "세포가 통제 불능 상태로 과다 증식하는 종양(암) 발생 위험과 맞닿아 있다"며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젊음의 기술'이 아니라 공중보건의 과제로…역노화가 정책과 만날 때
전옥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오른쪽)가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관 실험실에서 연구원을 지도하고 있다 . 2025.12.1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최근 글로벌 자본이 항노화·역노화 분야에 대거 유입되는 흐름에 대해서는 "기초 연구가 학문을 넘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간 조직 데이터와 AI 기반 분석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면서도 "인체 적용을 위한 장기적인 안전성 검증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노화 기술이 사회적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공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역노화 기술이 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고가의 서비스가 된다면 수명 자체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분화될 수 있다"며 "젊음을 사는 상품이 아니라, 질병 위험을 낮추는 공중보건적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교수는 최근 하버드대 연구진이 발표한 '리튬 오로테이트' 사례를 언급하며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리튬 오로테이트는 낮은 용량으로도 뇌의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려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리튬 오로테이트처럼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충제 형태의 물질이 뇌세포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처럼,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혜택이 확산될 수 있는 연구가 노화 분야의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역노화 개입을 단순한 치료 기술이 아닌 '예방·관리 정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과 기능 유지라는 공공적 목표를 중심에 두고, 어떤 개입이 사회 전체의 의료 부담을 실제로 줄이는지 평가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옥희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프로필

△미국 벅노화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미국 존스홉킨스대의생명공학 박사 △현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부교수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