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장애율 74.9%까지 늘어…추락·미끄러짐 지속 증가세

질병청 '2024년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조사 통계' 결과
"예방·치료·재활 정책 강화해야" 치명률 54.6% 감소세

중증외상의 주요 원인인 운수사고는 감소세지만 추락·미끄러짐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중증외상 생존자는 증가했지만, 장애율이 74.9%까지 늘어나 예방·치료·재활 정책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중증외상의 주요 원인인 운수사고는 감소세지만 추락·미끄러짐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중증외상 생존자는 증가했지만, 장애율이 74.9%까지 늘어나 예방·치료·재활 정책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조사 통계' 결과를 23일 이같이 발표했다. 질병청과 소방청은 중증외상의 발생 규모와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지역사회기반 중증외상조사 사업'을 구축했다.

송경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교수가 사업책임자로서 119구급대를 통해 이송된 중증손상(중증외상, 비외상성 중증손상)과 다수사상 환자에 대한 의무기록을 조사하고 국가와 시·도 단위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중증외상은 운수사고, 추락·미끄러짐 등으로 인한 외상 환자 중에서 의무기록조사를 통해 산출한 손상중증도점수(중증도 심한 3개 신체 부위 점수의 제곱 합)가 16점 이상인 경우 또는 병원전 심장정지 발생 또는 병원전 사망(응급실 도착시 사망)에 해당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비외상성 중증손상은 중독, 화상, 익수, 성폭행, 질식, 화학물질, 자연재해, 온도손상 등과 같은 외상 외 기전에 의한 손상환자 중 외상지수가 비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구급일지의 동일 재난번호에 대해 6명 이상의 환자가 이송된 경우는 다수사상으로 정의된다.

집·주거시설 발생 증가…발생 시 주로 두부 손상

지난해 중증외상 환자는 8170명으로 전년(8192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남자(73.1%·5973명)가 여자(26.9%·2197명)보다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60대(1804명·22.1%) 환자가 가장 많았다. 치명률은 54.7%(4467명)로 2016년 60.5%와 비교해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생존자(3703명) 중 74.9%는 장애가 발생했고, 30.8%의 환자는 중증장애가 발생했다. 장애율은 2016년 62.8%에서 74.9%로 증가했으며, 중증장애율은 2022년까지 감소세를 보인 뒤 2023년 28.8%, 2024년 30.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증외상은 주로 운수사고(47.8%)와 추락·미끄러짐(44.5%)으로 인해 발생했다. 운수사고의 비율은 감소(2016년 59.6%→47.8%)한 반면, 추락·미끄러짐(33.5%→44.5%)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질병청은 "생활 환경과 고령 인구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이 반영됐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6~2023년 손상기전별 중증외상 발생 추이.(질병관리청 제공)

중증외상은 주로 도로 및 도로 외 교통지역(47.4%)에서의 발생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집·주거시설(26.5%)에서의 발생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증외상 발생 시 손상 부위는 주로 두부(41.6%)와 흉부(33.4%), 하지(13.5%) 순이었다.

자해/자살에 의한 중증손상 65.6%에 달해…사회적 대책 시급

중증외상 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이송 비율은 꾸준히 증가(2016년 15%→46.9%)했다. 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비외상성 중증손상 환자는 지난해 1만 6715명 발생했다. 남성은 8435명, 여성은 8261명이었다.

비외상성 중증손상은 매년 중독(화학물질 또는 다른 물질과의 접촉, 70.7%)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의도성별로 나눠보면 자해/자살에 의한 경우(65.6%)가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의 자해/자살이 73.4%로 남성(57.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대책이 시급함을 드러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의 중독으로 인한 비외상성 중증손상이 2015년 47.4%에서 2024년 76.9%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질병청 중앙손상관리센터는 청소년 중독 예방을 위해 청소년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응급의료체계 강화와 이송·치료 과정의 개선 등을 통해 치명률은 감소했지만 증가하고 있는 장애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존 이후 치료 및 재활과 장애 관리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임 청장은 "생존자 상당수가 장기적인 신체·정신적 장애를 경험하는 만큼 지역사회 기반 재활 서비스 확충과 예방 교육, 안전 환경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며 "비외상성 중증손상 또한,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의 중독 및 여성의 자해/자살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조사체계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고도화해 손상예방정책 수립의 근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통계와 내년 1월에 공개될 원시자료는 질병청 국가손상정보포털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