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치매 쓰나미' 앞둔 한국…AI로 '뇌의 시간' 되돌린다

[치매 해방]① 이모코그, 뇌 인지력 강화해 혁명 예고
세계 석학 "데이터 고립 깨고 한국형 플랫폼 만들어야"

편집자주 ...극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은 치매 위험도가 크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 치매 관리 비용은 폭증해 국가 재정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K-헬스미래추진단은 AI로 치매 발병을 늦추는 것을 목적으로 ABC-H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뉴스1은 이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2개 연구팀의 전략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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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50년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인 '극 초고령사회'를 맞이한다. 치매 환자는 315만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을 돌볼 인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치매 관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138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거대한 '치매 쓰나미' 앞에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은 치료제를 넘어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인공지능(AI)을 통해 치매 발병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ABC-H 프로젝트'다. ABC-H 프로젝트는 '극초고령사회를 위한 뇌인지예비력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개인맞춤형 뇌인지기능 저하 예방 및 둔화 서비스'(AI Foundation Model-Driven Personalized Service Enhancing Brain Cognitive Reserve for Cognitive Resilience in a Hyper-Aged Society)을 뜻한다. 치매예방시스템을 기초부터 다시 만들겠다는 의미다.

치료에서 예측으로…"세계 최초 예방적 AI 돌봄 도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K-헬스미래추진단은 이승규 PM(Project Manager) 중심으로 ABC-H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PM은 기존 치매 대응 체계가 증상 발현 후 MRI나 PET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사후적 치료'(Cure)에 머물러 있어, 이미 진행된 뇌 손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개념이 '뇌인지예비력'(Brain Cognitive Reserve)으로 뇌에 병리학적 손상이 있더라도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뇌의 잠재적 능력을 뜻한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의 최신 보고에 따르면, 치매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고혈압, 당뇨,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등 현재까지 밝혀진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이 14개에 달하는데, 추진단은 뇌가 가진 예비력을 정확히 측정하고 복합적인 위험 요인을 관리해 뇌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자체를 늦추는 '선제적 예방'(Care)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한다.

지난 11월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AYS ARPA-H 심포지엄'.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다양한 생체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AI, '뇌인지예비력 특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Multimodal Foundation Model)의 개발에 있다. 이 모델을 통해 다양한 치매 위험 요인의 최적 조합을 바이오마커, 디지털마커 등 '융합 마커' 형태로 찾는 것이 목적이다.

이 PM은 "기존의 연구들이 주로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췄는데, AI 멀티모달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예방적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모코그 컨소시엄 "AI로 뇌의 시간을 되돌린다"

추진단은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형 R&D'를 도입했다. 이모코그 컨소시엄과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이 각자 솔루션을 개발한 뒤 평가를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식이다.

이모코그는 '내 손 안의 뇌 건강: 뇌 나이 및 인지예비력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과 디지털 치료 플랫폼을 활용한 건강 노화 서비스 개발'라는 연구과제를 제안했다.

이모코그는 트랜스포머 기반 AI 모델로 뇌 영상, 인지기능, 유전적 요인, 임상 정보,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동시에 해석해 개인별 뇌 노화 속도와 인지 회복력(Cognitive Resilience)을 계산하고, 치매를 예측하는 연구에 도전했다. 현재의 뇌가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늙었는지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실제 예방 행동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치매 발병 이전에 선제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다.

이모코그의 연구팀 'BAYS'(Brain Aid on Your Smartphone)는 지난달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이와 관련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연구의 비전을 공유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AYS ARPA-H 심포지엄'.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뇌 나이 젊게 만들어 치매 발병률 낮춘다"

이준영 이모코그 대표는 "언어 이해에 쓰이던 트랜스포머 AI가 이제 뇌의 언어를 배울 차례"라며 "AI가 개인별 뇌 노화 속도를 계산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치매 위험을 낮추는 AI 에이전트를 구현하겠다. 뇌 나이를 1년 젊게 만들면 치매 발병률을 13%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지예비력' 개념의 창시자로 꼽히는 야콥 스턴(Yaakov Stern) 컬럼비아대 교수도 인지예비력을 짚었다. 그는 "뇌에 병리학적 손상이 와도 기능을 유지하는 힘을 키우면 치매 증상 발현을 늦출 수 있다"며 "생애 전반에 걸친 다양한 경험과 중재가 뇌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최진영 서울대 교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한 국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노인들의 치매 유병률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영국 치매 플랫폼(DPUK)을 이끄는 존 갤러거(John Gallacher) 옥스퍼드대 교수는 "데이터의 가치(Value)는 공유될 때 폭발한다"며 대규모 데이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AYS ARPA-H 심포지엄'. (K-헬스미래추진단 제공)

김어수 연세대 교수는 "한국에 훌륭한 데이터가 많지만, 기관마다 흩어져 있어 연구자들이 일일이 데이터를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치매 플랫폼(DPUK)과 같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승규 PM은 심포지엄을 마치며 "'BAYS'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자신의 뇌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관리받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치매가 더 이상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사전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