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 新 약가제도 의견 분분…"비대위 대응해야"[약가개편]
혁신이냐 위협이냐 갈림길 선 업체들, 의견 분분
상위 사 위주 정책에 중소 사 소외된다는 의견도
- 문대현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황진중 기자 =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R&D 투자 연동형 약가 보상 체계' 카드를 꺼내자,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개발(R&D) 비중이 많은 상위 사(社)의 경우 큰 영향이 없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 사는 자금 흐름이 막힐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편 방향을 보고했다.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연구개발(R&D) 등 혁신적 가치에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과거의 일괄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전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은 가산 비율이 일괄적으로 68%였으나, 앞으로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상위 30%에 해당하는 기업만 68%로 유지되고, 하위 70%의 경우 60%로 떨어진다.
또 국내 매출 500억 원 미만이나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인 기업은 55%의 가산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약가개편으로 국민 건강권 보장성을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적 성과 창출이 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원하는 그림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상위 사의 경우 업계에서 R&D 투자가 늘 경우 혁신성이 커져 산업 성장이 기대될 것으로 본다.
상위 사에 근무하는 A 씨는 "이번 정책은 제네릭 약가는 낮추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제네릭 판매 수익으로 R&D에 재투자하면 신약 개발 역량이 커져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반겼다.
그러나 중소 사의 경우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막대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특성상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중소 사 종사자 B 씨는 "단순히 약가를 깎는 문제를 넘어, 제약 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수익성 악화로 도산하는 곳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체에 근무하는 C 씨도 "제약회사들은 낮아지는 영업이익률 속에서도 R&D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리며 기술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약가를 지금보다 인하하면 혁신의 속도를 더 떨어뜨리고 산업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방침에 개별 업체가 대응하기는 힘든 만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거나, 아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종사자 D 씨는 "현재 업계 내부에서 위기감이 팽배한다. 협회가 개별 기업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낼 수 있으니, 협회를 중심으로 성명서 발표나 집단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약바이오협회는 전날(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제1차 회의가 열었다.
참석자들은 산업계의 연구개발 투자 증대 등에 따른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의 골든 타임에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R&D와 제조 기반을 약화하고, 고가의 수입의약품에 대한 의존도 증가 등 보건안보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
비대위는 향후 정부에 제도 개편에 대한 합리적 의견을 전달하고,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적극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