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치료' 양성자·중입자 눈독 들이는 병원들…장단점 달라
수천억 비용 부담에도 빅5 외 전국 각지에서 도입 추진
암 조직에 강한 방사선 쏟아…중입자 아직 건보 비급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꿈의 암 치료'라 불리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법, 양성자와 중입자에 대한 각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들이 치료기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자마다 장단점이 다른 데다 중입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숙고 끝에 치료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는 엑스레이 같은 '광자선'과 양성자·중입자 대표적인 '입자선'으로 구분된다. 입자 치료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를 고유의 선량 분포 특성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를 종양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해 암세포를 파괴한다.
치료에 사용된 에너지는 발산된 뒤 소실돼 주변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 두경부암, 폐암, 간암, 소아암 등 민감 부위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차세대 정밀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갈수록 종양의 깊이와 형태에 정밀하게 조준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양성자와 중입자, 두 치료에 활용되는 입자 종류는 다르다. 양성자 치료 입자는 수소 이온이고 중입자 치료에 활용되는 입자는 탄소다. 탄소 이온은 수소 이온보다 12배 무거워 정확한 위치에 쏟기 위해 대규모의 설비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장비와 설비를 갖추는 데만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
중입자 치료는 췌장암·육종암·두경부암 등 난치성·재발성 고형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고 양성자 치료는 소아암이나 뇌종양 등 정상 조직 보호가 더 중요한 암에 가능하다. 현재로서 두 치료법은 쓰임새가 다르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양성자 치료를 진행 중인 병원은 현재까지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두 군데다. 그 외 서울성모병원, 원광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창원한마음병원에 이어 고려대학교의료원도 지난 17일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양성자 치료기를 추진하겠다"며 가세했고 울산시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나섰다.
중입자 치료는 지난 2023년 연세암병원에서 처음 이뤄졌다.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췌장암, 간암, 폐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에서, 서울아산병원은 송파 본원 내에서 각각 치료 시설을 건립해 치료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세종시도 국립 중입자 치료센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경기 시흥의 중소병원인 시화병원은 외국계 투자 운용사와 함께 중입자 연구소와 의료관광 호텔을 포함한 융복합 의료관광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양성자와 중입자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희철·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등의 분석에 따르면 양성자가 중입자에 비해 '종양 국소 제어'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확인됐다.
종양 국소 제어는 종양이 치료 부위에서 더 성장하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의미다. 다만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전체 생존율(OS), 무진행 생존율(PFS), 부작용은 두 치료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입자 치료가 도입 단계라 연구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박희철 교수는 "두 치료법 모두 환자를 위해 각각의 쓰임이 있다"면서 "치료법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적정 진료가 더 중요한 만큼 이후 연구로 올바른 치료 모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양성자 치료는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임상 및 기술 개발 연구가 필요하며, 중입자 치료는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신기술이라 앞으로 임상적 효용성 검증 등 기술적 개발이 요구된다.
양성자 치료는 18세 미만 어린이 뇌종양·두경부암 등 소아암 전체, 폐암·식도암 같은 흉부 종양, 간암·뇌종양·췌장암·식도암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치료 자체에 대한 보험 수가는 2000만 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환자 본인 부담 비용은 100만~200만 원 정도(10~20회 치료 기준)다.
반면, 중입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회당 수천만 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중입자 치료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암 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연세암병원 등은 임상 연구를 축적해 건강보험 진입까지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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