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만 기준 BMI 25→27로"…정부 일방 추진에 학회 보이콧

복지부, 결론 정해놓고 자문…3개 학회, 협의체 불참
"20년 넘은 기준 올려야"vs"합병증 고려해 신중해야"

비만 진단 기준인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현행 '25㎏/㎡ 이상'에서 '27㎏/㎡ 이상'으로 상향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의학계가 반발하며 관련 협의체 불참을 결정했다. 보건복지부가 일부 연구만으로 결론을 정한 채 자문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비만 진단 기준인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현행 '25㎏/㎡ 이상'에서 '27㎏/㎡ 이상'으로 상향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의학계가 반발하며 관련 협의체 불참을 결정했다. 보건복지부가 일부 연구만으로 결론을 정한 채 자문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비만 진단, 특히 'BMI 기준'에 대한 논란은 십수 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학계는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고혈압 등 합병증 동반 위험을 따졌을 때 지금의 '25 이상'을 섣불리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깊이 있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답은 정해졌다?…복지부 "합리적인 대안 모색할 것"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내분비학회·대한비만학회·대한당뇨병학회는 보건복지부와의 비만 진단 기준 관련 자문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차 회의 때 BMI 25 이상을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전제로 의견을 요구받아, 지난달 하순에 이뤄진 2차 회의부터 불참하고 있다.

학회 한 관계자는 "답은 정해졌고 동의해달라는 입장이라, 학회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계속 참여해 상향 반대를 주장해도 학회 측은 회의장에서 소수에 불과한 데다 상향 의지가 분명해 보이니 불참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내분비내과 교수는 "그간 대부분의 학회는 반대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비만 기준을 정한다고 나서 황당해하고 있다.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비만 진료나 약물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으로는 BMI 25 이상이고, 건강검진 기준으로는 BMI 30 이상이 비만"이라며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온 데 따라 관련 단체, 행정 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회, 전문가와 조만간 만나 비만 기준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라며 "대립, 충돌보다는 현재 논의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영양·비만전문위원회'도 가동하며, 국가비만 관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준 높이면 5~6㎏ 더 나가도 '정상'…비만율 뚝 떨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등을 토대로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한 BMI 27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BMI 18.5 미만은 저체중, 18.5~22.9 정상, 23~24.9는 비만 전 단계(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178㎝에 80㎏ 또는 163㎝에 67㎏이면 BMI 25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위원회 분류를 대한비만학회가 받아들인 데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 진단 기준으로 정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때는 아시아인은 체중이 적게 나가도 만성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정하기도 했다. WHO는 BMI 30 이상, 미국 등 각국은 WHO 기준을 따르고 있으며 중국은 BMI 28 이상으로 정했다.

만약 BMI 25 이상을 27로 높이면 키 175㎝인 성인 남성은 82.7㎏ 이상, 162㎝인 성인 여성은 70.9㎏ 이상이어야 비만으로 진단된다. 현재보다 남성은 6㎏, 여성은 5㎏ 정도 더 나가야 하며 한국인 비만율은 36.7%에서 19.1%로 뚝 떨어진다.

다만 비만학회 등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당뇨병·고혈압 등 비만이 일으킬 합병증 발생 위험을 종합적으로 따져보자는 취지인데, 단순히 BMI 기준만 거론할 게 아니라 연령·동반질환·생활요인 등을 포함한 한국만의 진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