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병행진료·실손보험…건보 재정에 '삼중 압박'

비급여 증가→'급여+비급여' 병행 진료 확대→건보 재정 압박
실손보험→과도한 의료 이용 유도→건보재정 지출까지 늘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비급여 진료비가 20조 원을 넘고, 국민 10명 중 8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초과했다. 여기에 급여·비급여가 함께 이뤄지는 병행진료까지 확산하며 건강보험 재정이 '삼중 압박'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3일 발간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첨단 의료기술 발전과 환자 요구 증가로 비급여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며 병행진료와 실손보험 제도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에 삼중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체 의료비는 약 133조 원으로, 그중 비급여 진료비는 20조 2000억 원(15.2%)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 8조 2000억 원 대비 13년간 2.5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손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 규모도 전체의 10.6%(14조 1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비급여 진료의 확산은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혼합 제공하는 병행진료를 통해 의료비 증가를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백내장 수술 등 주요 진료에서 병행진료 비율이 90%를 웃돌고 있다"며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함께 제공되면서 환자 가격 민감도가 낮아지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 확대가 실손보험과 연계되면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가입자보다 외래·입원 이용이 연간 최대 7일 더 많고, 이에 따른 초과 진료비가 12조 9000억~23조 3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그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진료비만 최대 10조 9000억 원으로, 실손보험이 비급여 이용을 촉진해 건보 재정 지출까지 끌어올리는 '연쇄 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97만 명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77.7%에 달한다. 보고서는 "3·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각각 128.5%, 111.9%로 100%를 초과하는 적자 상태"라며 "보험금 지급의 60%가 비급여 진료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타 OECD 국가에 비해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좁아 비급여 항목의 종류 및 범위가 월등히 넓고, 이로 인한 환자 부담 가중 및 실손보험 의존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과도한 의료 이용을 하도록 유도해 한국의 연간 외래 진료 방문 횟수는 15.7회로서 OECD 평균(5.9회)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비급여 통제 실패로 인해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하는 등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의 병리적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급여 수익성이 높은 안과·피부과·성형외과 등으로 인력이 쏠리고, 필수의료 분야는 인력 부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원은 △비급여 항목의 의학적 필요성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단순화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의학적 필요가 있는 필수적 항목'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통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의학적 효과는 있으나 '삶의 질 개선 차원의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병행진료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실손보험을 선택적·부가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보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용, 성형, 예방 등 '의학적 필요성이 희박한 비급여 항목'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시장경쟁을 통해 가격조정 기능을 활용하는 등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kukoo@news1.kr